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일이었던 한글날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1년 365일중 어떤 하루가 국경일로 지정되었느냐 안 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소리, 우리의 글이 홀대 당하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의 소리, 우리의 글을 사용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단일민족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자부와 긍지를 가져도 부족함이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임을 왜 모르는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민족의 혈통을 중요시 해왔고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이 어떤 국가보다 강하기에 결혼이주여성 증가는 낯설고 불안한 현상이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하고 세계화의 바람이 몰아치면서 이제 국제사회는 인종과 민족, 문화의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는 여러 문화가 열린 상태로 소통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공동의 문화가 꽃을 피워야 한다.
2010년 현재 우리 도내에는 아시아 11개국을 중심으로 결혼이주여성이 5천세대가 넘어 섰고 다문화가정 자녀 중 초, 중,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 수도 2천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른바 지구촌 한가족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이러한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문화이다. 소리는 곧 개인 간의 소통이고 소통은 이웃 간의 문화이며 그 문화는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골간이다. 따라서 우리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우리의 소리, 우리의 글이다. 통하지 않으면 터지는 것이고 깨지는 것이며 무너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 각국에서 한류바람을 타고 한글 배우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한글은 이제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 한글을 제대로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교육을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국제 다문화시대에 우리사회가 그들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해답일지 모른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자녀교육의 출발은 가정에서 시작되는 어머니로부터의 교육이다. 그런데 다문화가정 어머니들, 본인 스스로가 한글을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소통하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이 문제는 가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초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한글구사능력이 떨어지고 학습부진으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위축된 가정과 이웃에서 또 다른 왕따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다문화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가 언젠가는 고스란히 떠안을 문제이다. 서로 통하지 않는 악순환은 개인의 사회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적 손실이다. 장차 한국사회에 도래할 사회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교육을 통해 개선한다는 것은 단순한 복지정책으로 조금의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글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존재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다문화시대로 갈수록 우리의 소리, 우리의 글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문화, 그것은 곧 빛나는 문화적 가치요 삶의 에너지이다. 언제나 감사함으로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사용하며 큰 유산으로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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