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의 감동과 추억
예능프로그램의 감동과 추억
  • 이영원
  • 승인 2010.09.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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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TV의 예능 프로그램 중 세인들의 관심을 끈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주말시간에 방영된 KBS의 ‘남자의 자격-하모니’이고, 또 다른 하나는 MBC에서 방영된 ‘놀러와-세시봉 친구들’편이었다. 세칭 ‘아이돌’이 대세인 요즘 TV에서 ‘아이돌’ 없는 이들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남자의 자격-하모니’편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합창대회 출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두 달간의 훈련 과정과 합창대회 수상을 통해 개성 있는 32명이 하모니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보여주었다. 전혀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개성 넘치는 이들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휘자의 진정성과 열정 넘치는 카리스마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음악에 대한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가슴 한쪽에 묻어 두었던 아련한 꿈을 이루어가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우리로 하여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 때의 열정과 꿈을 상기시키면서 우리 모두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놀러와-세시봉 친구들’편은 70년대를 풍미했던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 김세환 등 통기타 가수들이 출연해 그 당시의 노래와 에피소드 등을 꾸밈없이 보여줌으로써 TV에서 한참 뒷전으로 밀려나있던 중, 장년 시청자들의 향수를 달래주었다. 화려한 기계음과 현란한 댄스를 내세우는 요즘의 음악과는 달리, 통기타만을 가지고 서로 화음을 맞추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음악 레퍼토리들을 보면서 음악인으로서 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이와 함께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그들의 유머감각도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감각과 낭만을 가지고 있다는 노익장(?)을 보여주기에 충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것은 흔히 TV 등 대중매체가 갖는 사회적 역기능 중의 하나로 획일화된 대중문화의 양산을 지적하는데, 프로그램 소재의 다양성과 시각의 범위를 조금만 넓힌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와 소재거리를 대중 매체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깎아 놓은 듯한 외모의 현란한 아이돌 스타나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틀에 박힌 획일적 구성이나 만들어진 웃음 보다는 진정성을 담은 출연자들의 열정과 경륜이 시청자에게 감동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들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것이다.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매체 시장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청자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나 콘텐츠의 범위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시청자의 취향이나 감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기에 우리 모두 숨 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앞만 보고 달린다면 우리 주변의 풍경이나 삶을 돌아볼 여유조차 잃어버리고 공허한 몸짓만을 하는 것은 아닐까. 첨단 기술의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감성을 위로해주는 것은 아날로그의 따뜻한 추억이 아닐까. 그래서 이어령씨가 얘기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잇는 “디지로그”적 감각과 감성이 설득력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10월이 시작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뚝 떨어진 기온은 혼미할 정도로 뜨거웠던 올 여름의 기억을 벌써 잊게 하지만, 옷깃을 스치는 싸늘한 바람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떠올린다면 구세대의 감상이라 할까. 마음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 두 프로그램을 보면서 쌀쌀한 가을날에 느낀 단상(斷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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