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혁신학교 선정을 앞두고
<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혁신학교 선정을 앞두고
  • 이수경
  • 승인 2010.09.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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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교육감의 선거 공약중 하나인 혁신학교가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혁신학교란 이명박 정부의 소위 자율과 경쟁을 통한 교육의 무한경쟁에 반대한 새로운 개념의 학교이다. 예컨대 교육과정의 자율성, 교육내용의 다양성, 학교운영의 학부모 참여성, 학생 및 교사들의 창의성 등이 전제·시행되는 학교이다.

혁신학교는 경기도에서 지난 1학기 기준 33곳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재선 후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학년 당 6개 반 이하를 원칙으로 한다. 도교육청으로부터 일정액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걸어 갈길을 재촉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최근 혁신학교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인증 기준이다. 혁신학교는 공모·인증·지정형 등에 의해 선정된다. 공모형은 응모학교에 대한 심사, 지정형은 신설학교 등을 교육감 직권으로 선정한다. 인증형은 기존의 우수학교 중 모델이 될만한 학교를 역시 교육감이 선정하는 것이다.

그중 인증형의 기준을 보면 ‘교장의 의지가 높고 교사들의 민주적 논의 구조가 마련된 학교’, ‘학생의 인권보호 및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에 대한 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학교’ 등 5가지다. 그 중 3가지 이상 충족하는 학교를 혁신학교로 인증한다는 계획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렇게 잘 돌아가는 학교라면 굳이 혁신학교로 지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경쟁교육에 함몰된 기존 학교들을 그 수렁에서 건져내자는 것이 혁신학교로 알고 있는데, 뭔가 잘못 짚어도 되게 잘못 짚은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그런 학교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한 것이지만, 언론 보도에 의하면 주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로 교장을 ‘모셔간’ 학교들이 그렇다. 그런 학교 교장은 전교조 출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또한 적지 않다. 결국 혁신학교 본래 목적과 상관없이 그들 학교에 ‘보너스’를 얹어주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은 성급한 연수가 이상하다. 애써 비유하자면 아직 밥도 되지 않았는데, 밥을 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수는 어느 학교가 혁신학교로 선정되면 그 학교 교장이나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전자문서로 내려 온 공문 ‘2010혁신학교 맞춤형연수기본과정 희망신청안내’가 어리둥절한 이유이다.

설마 혁신학교 연수를 사전에 받은 그들을 장차 정해진 혁신학교로 발령내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진짜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일이다. 또 혁신학교 교장은 어???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경기도의 경우나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혁신학교 교장은 내부형 공모제가 확실시되는데, 그들도 교사들과 함께 연수를 받아야 하는가?

처음이라 그런지 아니면 여론의 무게에 눌린 때문인지 필자가 보기엔 도교육청이 혁신학교에 대한 밑그림을 너무 복잡하게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신청이나 교육감 직권으로 혁신학교를 선정한 후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교장을 뽑게 해 그들로 하여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운영하게 하면 된다. 혁신학교는 교육감의 정책이지만, 결국 그 성패는 교장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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