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시대적 사명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시대적 사명
  • 노병섭
  • 승인 2010.09.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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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경기도의회는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한 학생인권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통과시켜 학교 현장에 인권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게 되었다. 이번 경기도의 첫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인 학교 현장에 학생인권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교육력 강화와 학생 권리 신장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인권 침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침묵해왔고, 학교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던 교과부가, 이제라도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 나선 것이라면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앞에서는 학생인권을!’, 뒤에서는 ‘학생인권의 삭제를!’ 노린 심각한 수준의 개악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격분을 자아낸다. 게다가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민선 교육감의 조치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상위법령을 개악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제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사명이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보편성에 따라 학교 안에서 학생의 인권은 마땅히 지켜져야 했다. 그러나 ‘학생다움’, ‘더 나은 미래’, ‘교육’ 이라는 이름 하에 학교 현장 어디에서도 학생의 인권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는 ‘학생도 인간’이므로 학교나 가정, 사회의 모든 곳에서 학생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확대되어가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이 최소한의 기반이 뿌리를 내리고 학교 현장에 학생인권이 제대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들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멈춰서는 안된다. 그동안 교사와 학생의 권리를 대립적으로 사고하는 경향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 교권이 추락할 것이다’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학생의 인권이 곧 교사의 인권이고, 교사의 인권이 곧 학생의 인권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번 경기도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인권은 유예되어서는 안된다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학교와 교육 당국이 귀 기울여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학교 현장에서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관계를 체득할 수 있는 학교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우리나라 교육사에 큰 획을 긋는 성과로 이를 환영하며, 전북도교육청도 다음달 초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조례안을 만든 뒤 입법 예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들도 함께 나서 학생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는 희망의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갈 있도록 적극 활동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는 초중등교육법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오히려 학교자치제의 핵심인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를 법제화하고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하도록 역할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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