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지원센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 김흥주
  • 승인 2010.09.1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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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먹거리 위기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의 세계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짐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보장’해주기가 쉽지가 않다. 더욱이 초국적 농식품기업이 지배하는 먹거리 체계가 세계시장을 지배하면서 먹을거리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먹거리 위기는 현재의 생산주의 농정으로는 극복하기가 쉽지가 않다. 오히려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 식량자급 체계, 지역먹거리 체계 등을 구축하여 우리 먹을거리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먹거리 주권이 제대로 확립되어야 가능하다.

먹거리 주권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70년대 이후 자발적으로 성장해온 유기농업 운동에서부터 90년대에 등장한 소비자 생협운동, 2000년대 이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먹거리 운동, 그리고 2008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그 예이다. 그러나 먹거리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가장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운동은 지난 2002년 이후 지역에서부터 활성화되어 전국적으로 성장한 학교급식운동이다.

학교급식운동은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운동이나 소비자운동을 넘어서는 것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학교급식을 통해 지역 중심의 새로운 먹거리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학교와 지역, 소비자(학생, 학부모)와 생산자, 식(食)과 농(農)이 연결되는 지역순환형 학교급식 체계를 만들고, 이것이 다양한 지역먹거리 운동과 연결될 때 세계먹거리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먹거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둘째,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먹을거리 교육을 통해 이러한 체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아가 먹거리 정치의 일상화를 통해 지역의 공공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하며,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먹거리 선진국은 무엇보다 학교급식을 통한 지역먹거리체계의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학교급식운동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핵심이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설치ㆍ운영의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학교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선택해 구매하고 납품하는 공공기구이자 학교급식 정책을 수립하고, 홍보하며, 먹을거리 교육 등을 진행하는 급식정책 총괄 추진기구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공공급식과 먹거리 복지 영역까지 아우르는 지역사회 먹거리 보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최근 들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제대로 만들어서 학생들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고, 지역사회의 먹거리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센터의 다원적 기능을 잘못 이해하는 데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논의 중인 학교급식지원센터 추진계획은 식재료 공급과 유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에 센터가 담당해야 할 교육ㆍ정책ㆍ홍보 등 다양한 기능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류와 유통 역시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대안적 시스템을 고민하기 보단, 대부분 대규모 생산ㆍ유통업체들을 고려한 효율적 시스템 논의가 우선시되고 있다. 때문에 학교급식을 기반으로 한 지역 먹거리체계 구축에 대한 장기적 전망과 비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의 다양한 주체들, 즉 학부모와 학생, 지역생산자, 영양사, 교사, 지역주민 등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들이 협의체를 만들고 민주적 운영체계를 갖추면서 학교급식 제반 업무를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급식을 지역과 연결시키고, 지역의 공공급식으로 확산시키며,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먹거리 복지로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단순히 식재료 물류센터 정도로만 인식하고, 기존의 유통업체들이 이를 장악해버린다면 지난 10여년의 학교급식운동이 추구해온 가치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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