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적을 넘어 이제는 정치적 기적을 만들어야
시장의 기적을 넘어 이제는 정치적 기적을 만들어야
  • 최낙관
  • 승인 2010.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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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은 한국전쟁 60주년과 경부고속도로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60년간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고 세계는 우리의 도약과 발전을 ‘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6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반세기만에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신흥 경제 강국으로 당당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5%로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세계경제사상 최고의 성장률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반열에 들어섰고 G20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의장국까지 되었다. 외환위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2011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4위까지 도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와 낙관전인 전망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현재의 만족에 빠져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상을 향한 대한민국의 실험은 지금이 끝이 아닌 여전히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변화의 방향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이상사회(utopia)로 나아갈지 아니면 우리 모두를 불행의 덫에 걸리게 하는 결함사회(dystopia)로 선회할지 그 누구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공을 만드는 것도 실패를 만드는 것도 궁극적으로 우리의 선택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온 시장의 역동성과 성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정치적 ‘신뢰’와 정부의 ‘투명성 확보’를 들고 있다. 즉 정치권의 신뢰와 투명성 확보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외적으로 한국은 2003년 유엔반부패협약 조인식에서 서명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부패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이다. 대내적으로도 부정부패 척결은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2번째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있는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부정부패와 비리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특히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09년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가 개선되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에 각종 반부패 정책이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해 국가청렴위원회의 통폐합, 자발적 합의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던 투명사회협약의 파기, 이명박 정부 초기 반부패를 일종의 규제처럼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강조하지 않은 것, 그리고 권력 상층부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추문 등이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 2기를 위한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불거져 나온 각종 의혹과 비리는 일류 선진 국가를 위해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안정된 복지사회는 사회적 연대와 상호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투명성 확보에 있다고 본다. 한국사회가 압축 성장으로 경제선진국에는 어느 정도 근접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청렴한 복지선진국과는 많은 격차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투명한 청렴사회의 건설 없이 우리의 궁극적인 이상향인 복지사회는 기약할 수 없다. 이제는 ‘시장의 기적’을 넘어 정부와 정치권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정치적 기적’을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투명하고 청렴한 선진복지사회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 국정운영을 통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우리 모두는 조련사의 입장에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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