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결산서를 살펴보니
전주시 결산서를 살펴보니
  • 김남규
  • 승인 2010.09.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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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2009년 결산서(재정보고서)를 살펴보니 지난해 지방세 수익과 지방교부세는 줄었는데 총 수익은 늘어나는 희귀한 현상이 나타났다. 수입 결산액은 9,946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526억원이 증가했다. 지방세 13억원과 정부의 교부세 502억이 줄어들고, 보조금은 늘어남으로써 전체 총 수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중요한 지방세 수익과 정부의 지방교부세가 줄었는데 총수익은 증가했다는 것은 반길만한 현상이 아니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모자란 돈을 정부가 빌려주면서 전주시민들에게 갚으라고 한 셈



교부세는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여 기본적인 살림이 가능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전주시의 경우 지방교부세가 참여정부 시절 꾸준히 증가하여 2008년 2,771억원이었으나 이명박 정부들어 2009년 2,269억원으로 502억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정부 감세로 인해 내국세가 줄어든 만큼(내국세 감세액의 19.24%) 지방 교부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교부세가 줄어들면 정부가 일정정도 보존을 해주어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가 ‘교부세 감액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전주시에게 325억원을 (5년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빌려줬다. 정부의 감세 정책이 지방정부의 부채를 늘린 셈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모자란 돈을 정부가 빌려주면서 전주시민들에게 갚으라고 한 셈이다.



자율성이 없는 보조금 보다는 교부세를 더욱 늘려야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을 일정 비율로 분담하여 특정한 사업을 시행하기위한 재정이다. 매칭펀드(matching fund)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 투자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지방비가 반드시 투여되어야 한다. 때문에 자체 재원이 풍부한 자치단체는 그 만큼 국고 보조금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고, 자체 재원이 부족한 자치단체는 정부 보조금을 가져오고 싶어도 가져 올 수 없는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정부보조금 사업은 대부분 건설, 토목 사업에 집중되어 있어서 주민들에게 직접 사용되는 예산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국고 보조금을 많이 가져오는 자치단체장은 능력이 있다’는 말은 건설, 토목을 많이 했다는 말과도 통한다. 보조금은 특정한 목적의 사업비라는 성격 때문에 융통성이 없는 재정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예산을 통해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없는 보조금 보다는 교부세를 더욱 늘려야 할 것이다.



지난해 보조금이 증가한 이유는 경기 불황 대응책으로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에게 재정 조기 집행을 강제하였고, 전주시의 경우 ‘희망근로’ 예산이 없어서 빚을 내야 할 정도였다. 전액 국비로 시행되어야 마땅한 희망근로 사업은 국비 80%와 시비 20%의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사업을 하라고 했다. ‘교부세 감액 보전’ 명목으로 325억을 정부가 빌려 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정부의 부채를 증가시킨 주요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보조금이 늘어난 것이 당장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돈줄을 막으면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에 15조 6천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50조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불황 타개책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었던 정부가 더 이상 돈을 풀지 않는 상황이 되면 보조금은 다시 줄게 되어 있다. 때문에 지방정부에게는 보조금 보다는 교부금이 확대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다.



예산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주민참여예산제’ 실현해야



우선 시급한 문제는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지방교부세의 규모를 최소 참여정부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방공기업의 삽질 경제를 멈추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아직 지방자치가 ‘주민 의견은 참고용’에 머물러 있듯이 지방재정문제 역시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주민참여예산제의 모양만 본뜬 ‘주민참여형 예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 수렴에 그치고 있는 ‘참여형’을 ‘주민참여예산제’로 실질화 해야 한다. 시민사회 역시 예산감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시민사회는 아직도 예산에 대한 총량적 분석, 계수 비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 예산 학교’와 같은 교육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학습하고, 주민들의 생활과 지역 현안 사업에 관련되어 있는 예산에 대해 세부적인 분석과 감시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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