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온은 내리고 기온은 올라
절기로 보자면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전국의 기온은 33도를 넘고 있다. 대구의 경우 36.5도를 넘겨 체온을 넘어선다. 흥미로운 것은 지구의 기온은 오르지만, 인체의 체온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세기전 사람의 평균체온은 36.8도였으나, 최근 50년 동안 1도가량 낮아졌다는 것이다. 일본의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氏는 저서를 통해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가 약해지고, 반대로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6배로 강해진다고 발표했다. 결국 최근 50년 동안 1도가량 체온이 낮아진 현대인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비단 면역력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명에 이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5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냉방온도 제한조치’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에너지 절약의 차원에서 이 정책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조차 공공기관 제한 온도 28도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또 28도가 넘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어떤 능률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도내 직행버스에서 너무 더워 에어컨을 틀어 달랬더니, 기사님이 법을 운운하며 안 된단다. 그저 각 단체장들 방이나 청와대의 실내온도가 궁금할 뿐이다.
* 청와대의 국수와 실내온도 28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생산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진 적은 없다. 경제 성장에 맞춰 발전시설을 꾸준히 확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식경제부에서 올해 전력소비가 전년 대비 4.6% 늘 것이라고 오측했지만, 실제로는 8.7%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책임소재를 논하지는 것이 아니라 각 시설의 제한온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요즘 모든 건물이나 상가를 보면 조명이 지나치게 밝고, 더더군다나 장식용 조명들은 많은 열을 내뿜는다. 그런 전등을 끄면 전력소모도 줄이고, 발열의 원인도 없애는 2중 효과가 있다. 또 올해 신축건물은 예외겠지만, 기존의 건물들 경우라면 전년대비 동기 전력사용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다른 전기를 아끼든, 영업시간을 단축하든 전기사용량은 늘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냉방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 현대인들에게 이 폭염 속에서 더위를 참으라고만 강요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공공기관 실내온도 28도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에서 국수 먹던 얘기가 떠올랐다. 누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국수 먹어 가며 절약하라고 하겠는가? 한우로 잘 먹고, 큰일 잘해주면 그게 국가를 위한 길인 것을! 마찬가지다. 전력량이 부족하든 남든 에너지야 늘 아껴야겠지만, 절약에도 지혜를 찾아야지 마냥 찜통 속에서 참고 일하라는 것은, 국부에도 도움이 되질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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