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노릇
어른 노릇
  • 이한교
  • 승인 2010.08.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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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그래서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을 한다. 보고 자라기 때문에 어른은 아이에게 항상 너그럽다. 실수를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상처를 받지 않도록 감싸주고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어른의 잘못에 대해서는 질타를 서슴지 않는다. 더 심한 말을 찾아 공격까지 한다. 이유는 그 어른의 언행이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거나, 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평생의 짐이 되므로, 모든 지도자가 규범을 지키고 양심이 살아 있어야 국민이 행복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청문회는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 명쾌한 해답이 없는 지루한 공방만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난다.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없고, 잘못한 것 같은데 둘러대고, 이유가 있고 증거 없으니 아니라고 잡아 때는 모습에서 환멸을 느낀다. 후보자는 양심을 땅속에 묻어버리고 증인석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질문자는 흥분하며 의미 없는 소설을 쓰고 있다.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도 왜 여·야당이 상반된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를 아는 국민은 피곤하다. 결국 청문회는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거울삼아 잘해보겠습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이 겨우 한다는 말이 이런 수준이라면 청문회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후보자의 자세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항변하고 싶은 심정으로 청문회에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되레 묻고 따지려 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질의하시는 의원님께서 처지를 바꿔 볼 때 자유로우십니까? 저 역시 의원님의 처지에서 심한 분노와 질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의원님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와 전혀 무관하십니까.”라고 말이다.

결국, 털어서 먼지 않나 는 사람이 없다는 심정으로, 작은 잘못에 대하여 주어질 권력을 포기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아니라 권력을 누리겠다는 꿈에 집착하는 결과이다. 자신이 국민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국민에게 군립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이들과 함께하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 배우게 될 아이들을 의식하지 않는 이들에게 내일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 고래 힘줄 같은 끈을 과감히 끊어야 한다. 누군가는 피투성이가 되어야 하고 용기 있는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바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 어른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매번 청문회 때마다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거짓과 모략으로 일관한다면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후보자와 의원님들! 끝없는 도덕적 해이로 나라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당신이야말로 지도자로서 법을 지켜야 되는데, 교묘히 법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공정성을 상실한 청문회에 쪼그리고 앉아 말꼬리를 잡고 있는 당신은 정말 비겁한 사람이며, 모든 것을 죄송하다는 단 한마디로 넘어가려는 당신은 교묘한 사람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제발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대다수 국민은 무릎을 꿇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더욱 참신하고 능력 있는 후보자를 추천할 수는 멋있는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권력은 흘러가는 한 점의 구름입니다. 당신들이 현행법을 어기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도자가 된다면 서민들의 박탈감은 어찌하란 말입니까. 바로 당신이 기회를 잡았으니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존경 받을 만한 공직자의 자세입니다. 도덕적 기준 잣대가 고무줄처럼 오락가락 하게 한 어른들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어른입니다. 어린아이의 실수는 거듭되어도 용서하고 다시 새롭게 가르치지만, 어른의 실수는 단 한 번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어린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도자로서의 어른이라면 좀 더 솔직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올 바른 사람 노릇을 해야 합니다. 이유는 그래야 국민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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