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석정문학상 제정 서둘러야
<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석정문학상 제정 서둘러야
  • 이수경
  • 승인 2010.08.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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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5회 석정문학제가 신석정 (1907~1974)시인 고향인 전북 부안에서 열렸다. 주요 행사 내용은 문학강연·시낭송·문화공연·문학기행·시화전 등이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문인들로부터 ‘알맹이 없는 문학제’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부안군 행안면 역리에 위치한 석정공원에 음향시설이 설치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음악과 시가 흐르는, 관광객을 위한 석정공원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2006년부터 추진된 석정문학관(부안읍 선은리)도 연말 개관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석정 시인이 누구냐, 새삼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한국시문학사상 최고의 목가시인·전원시인이라 평하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인을 기리는데 지금까지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 연장선에서 ‘알맹이 없는 문학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3일간 계속된 석정문학제 예산은 고작 85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000만 원 지원에서 삭감되어 그리 되었다나 어쨌다나. 참으로 슬프고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경남 남해군은 5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제1회 김만중문학상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6개 장르에 걸친 공모인데, 전체 대상 수상작에겐 5,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그 외 금상 수상작들까지 총 1억 원 가까운 상금을 걸고 김만중 추모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부안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인데 남해군은 어떻게 그런 ‘통 큰’ 문인추모(그것도 조선시대 문인)사업을 벌이게 됐는지 일단 부럽다. 당연히 그 다음엔 의아스럽고 부끄럽다. 무슨 이유로 150만 원마저 삭감하고 그 돈을 어디에 긴요하게 썼는지, 절로 역정이 나기도 한다.

부안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인 충북 옥천군의 정지용 추모사업 예산지원 역시 만만치 않다. 정지용문학상·정지용청소년문학상·전국정지용백일장 등 다양한 내용의 지용문학제가 옥천군의 예산지원으로 매년 5월 중순경 열리고 있다. 참고로 백일장의 경우 일반부 장원 300만 원, 학생부 장원 100만 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진다.

석정문학제가 알맹이 있게 치러지려면 우선 석정문학상부터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거기에 전국 단위의 학생 백일장 내지 공모전도 개최되어야 한다. 배우고 자라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이야말로 가장 크고 좋은 문인 추모사업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연히 예산지원은 부안군의 몫이지만 그 전에 생각해볼 점이 있다. 부안군이 선뜻 나설 수 있도록, 나서지 않으면 안되도록 석정시인의 후배들, 제자 등 문인들은 제 몫을 다했는지, 군민들 나아가 도민들은 우리 고장의 ‘큰 시인’을 사무치게 그리워 했는지.

신석정 외에도 채만식·이병기·서정주 등 어느 곳 못지않게 걸출한 문사를 배출한 고장인데도 문학상· 백일장 등 다른 지역에서처럼 추모사업이 활발치 못한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고도 ‘문향’· ‘예향’이라 입에 발린 소리를 해대도 되는지 다같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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