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에서 본 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에서 본 쌀
  • 장병수
  • 승인 2010.08.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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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농업의 국가대표인 쌀 농업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 및 기능이 위축되면서 쌀 농업은 고민을 넘어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고통은 쌀소비 감소로 찾아왔다. 1998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약 100kg이었으나, 2008년에는 약 75.8kg으로 약 25%로 급감했다. 두 번째 고통은 관세화 유예로 인한 수입쌀의 지속적인 증가다. 연이은 대풍과 다수확 품종의 재배 면적 확대 등으로 인해서 금년도 쌀 재고량이 140만톤을 넘을 것이라는 게 농업계의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로 인한 수입쌀은 매년 2만톤씩 증가하여 2010년 수입물량은 32만 7천톤에 달하고, 2014년에 이르면 40만 9천톤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고 한다. 세 번째 고통은 쌀 농가의 소득 감소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쌀 생산비 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쌀 농가 소득은 전년에 비해 12%나 감소했다.

궁극적으로 첫 번째 쌀 소비 감소 고통에 수입쌀 증가와 재고미의 증가라는 고통이 더해져서 농가소득 감소라는 중병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고통이 더 큰 쌀 농업을 위한 통과의례인 성장통으로 보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퓨전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견해를 통해서 우리의 쌀 농업을 진단하고, 처방해 보자.

우선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1960년에 일어난 문화운동이면서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과 관련되는 한 시대의 이념으로써 어떤 주장이나 사상 그리고 지식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으며, 소수자나 주변인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 존재의 중요성과 가치를 부각시키며, 다양성과 차이 그리고 해체를 중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명 ‘경계 허물기와 융복합’이란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쌀 농업의 ‘융복합 1단계’로써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동반자적 공동체 인식이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란 일차적으로 농식품 생산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데 있다. 그 밖에도 홍수조절, 대기정화 등과 같은 환경보전기능과 농촌경관 및 농촌활력 제공, 전통문화유지 및 식량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가치가 무려 67.7조원(‘06년)에 이르며 이 중 논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는 56.4조원에 이른다. 56.4조원을 차지고 하고 있는 논의 다원적 기능이 무너질 경우 생산자보다는 소비자들이 겪게 될 고통은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쌀 농업을 함께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쌀 농업 ‘융복합 2단계’로써 쌀의 다양한 활용이다. 이제 쌀은 주식과 더불어 농식품 가공 산업의 소재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쌀이 농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한식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되고, 쌀 농업의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쌀 농업 ‘경계 허물기 1단계’는 대농중심의 농정 허물기다. 쌀 농업의 경쟁력은 분명 대농중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업농을 중심으로 한 대농이 쌀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에 머물 것이다. 나머지 50%는? 이제라도 대농중심과 병행하여 가족농 육성정책을 펼쳐 후계농업인 확보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유지를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쌀 농업의 ‘경계 허물기 2단계’는 농업인들의 고정관념 깨기다. 쌀은 민족의 자존심이자 생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고수하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남이 살려 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인지? 또는 남에게 살려달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지? 어쩌면 무한경쟁시대 속에서 농업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농업인들도 주인의식과 자립정신으로 무장해서 재고미 증가와 쌀 소비 감소 등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대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농업인, 쌀과 식품산업 그리고 농촌과 도시가 융복합 되고, 정부의 쌀 농정과 농업인들의 쌀에 대한 고정관점이 허물어 질 때 우리나라 쌀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성장산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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