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살하는 사회
아이들이 자살하는 사회
  • 김흥주
  • 승인 2010.08.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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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아이들의 자살이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공개된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은 모두 202명으로 2008년의 137명에 견줘 무려 47%나 증가했다. 지난 해 자살한 학생을 학교 급별로 보면 고등학생이 140명(69%)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56명(28%)이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도 6명이나 되었다.

OECD 최대 자살 국가인 한국사회에서 200여명 정도의 자살 숫자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꽃도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무엇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가? 교과부 발표에 의하면, 자살 원인으로는 가정환경이나 학교환경 요인이 가장 많았다. 개인의 문제보다 환경 요인이 자살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학업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 서열이 나머지 삶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험공화국에서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방과 후에도, 가정에서도 공부만 해야 한다. 아니 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사교육 시장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조사해보니 주당 공부시간은 49.43시간으로 OECD 평균 33.92 시간보다 월등히 길다. 반면에 주관적 행복지수는 65.1점으로 평균(100)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아이들은 둘 중 한명에 불과했다. 6명중 한명은 언제나 외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다그치지만 경쟁은 누구나 끌어안고 가진 않는다. 필연코 탈락하는 아이들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에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을 통해 고교생들의 학적변동상황을 집계한 결과 2만5249명이 학업을 중단하고 중도에 탈락했다. 이들 중 10%만 각종 대안학교로 옮길 뿐 나머지 90%는 사회 적응과정 없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던, 그래서 창의력이나 자율성이 조금은 숨 쉬고 있었던 초등학교도 일제고사 앞에 초토화되고 있다. 학업수준을 파악하여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명분은 학교 ‘서열’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부모는 자기 아이 서열에만 관심이 있고, 교장은 자기 학교 서열에만 관심이 있다. 그 속에서 이제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를 지켜봐달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자살을 선택한 아이들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부모와 교사와 또래들과 소통하려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소통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훈육의 과정으로만 생각한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가르치려만 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대화의 문을 닫아 버린다. 얽어매는 부모가 아니라 이해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챙겨줄 부모가 없는 학생들에겐 학교가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가 열린 공간으로 아이들을 끌어않을 수 있을 때 최소한의 공적 보호기관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위해 전문 상담 및 치료를 위한 wee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청소년통합안전망(CYS Net)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아이들을 일차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한다. 대학서열과 경쟁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그런 일들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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