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남 전북지방조달청> 공공조달시장, 품질경영의 시대를 열다
<이성남 전북지방조달청> 공공조달시장, 품질경영의 시대를 열다
  • 김완수
  • 승인 2010.08.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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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경영전략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93년 미국 방문길에 올라 L.A의 백화점과 할인매장에서 삼성가전제품들이 매장 구석에 처박혀 먼지에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몹시 실망하였다고 한다. 그때 이회장은 21세기 초일류 제품을 만들어 제일 좋은 곳에 전시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강한 다짐으로 품질제일주의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신경영전략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고 그 결과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이루었다는 일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필자가 30여 년을 조달청에서 근무해오면서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했던 일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조달제품은 가격이 싼 데 비해 품질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 늘 머릿속 고민 중 하나였다. 정부조달시장의 양적인 급성장은 가격경쟁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업체들은 기술개발보다는 저가의 가격경쟁에 치중하여 오히려 성실한 납품업체가 시장에서 외면 받는 사례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는 가격경쟁 위주의 조달 전략이 빚어낸 과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했던 조달청이 금년 7월 20일 제8회 포브스 경영품질대상 공공혁신부문 대상(大賞)을 수상했다. 포브스 경영품질대상이란 한국품질경영학회와 포브스코리아에서 리더십, 공공혁신 등 7개 부문에서 대한민국 기업 및 기관의 탁월한 경영사례(Best Practices)를 발굴하여 국내외에 널리 알림으로써 국내 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고자 제정된 국내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 동안 조달청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조달시장의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기업의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조달물자의 품질을 향상시킨 성과와 노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조달우수제품제도를 도입하여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무자격업체를 조달시장에서 퇴출시켜 우수업체의 납품기회를 확대하고, 전문기관검사제도와 조달신문고를 도입하여 납품관리를 철저히 하는 일련의 성과가 인정받은 것이다.

포브스 공공혁신부문 경영품질 대상 수상으로 인해 조달납품업체는 품질보증을 어느 정도 인증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는 정부조달시장에 진입하여 활동하는 사실 자체가 이를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 만큼 조달시장은 산업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요견인 역할이 크다.

물론 이번 상을 수상하였다고 해서 조달 제품의 질이 하루아침에 만족 할 만큼 좋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제품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규격이 상향조정되거나 최소한 표준규격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산업 현실 상 표준규격도 없이 조달 요청되는 경우가 많고, 중저가 제품업체들은 우수규격으로 조달요청이 되면 특정업체와의 결탁을 주장하며 제품 규격의 하향 평준화를 요구한다. 또한 고가구매에 대한 회계책임 등 품질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아직까지도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지금의 우리 공공조달시장은 이러한 성숙하지 못한 여건 등이 좋은 제품을 납품하는 데 많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대상을 수상하게된 것은 그간의 품질관리 성과보다는 이런 장애를 잘 극복하여 질 좋은 제품이 더욱 완벽하게 납품될 수 있도록 잘 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에 책임이 더욱 무겁다.

21세기에 저가제품으로는 조달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인식을 CEO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갖게 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품이 된 나라장터를 만든 그 열정으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여 조달청을 통해 납품하는 자체가 품질보증수표가 되는 선진조달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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