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금제도..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
장애인연금제도..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
  • 최낙관
  • 승인 2010.08.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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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걸어온 지난 역사의 뒤안길에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기록되긴 했지만 오히려 이들에 대한 강압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편견의 역사가 오랜 기간 동안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우리가 인정하는 한 가지는 사회의 진화와 함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이데올로기가 희석되면서 배려와 공존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진적인 변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구분될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이와 궤를 같이하는 새로운 법과 제도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변화는 우리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념을 초월하여 생활세계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시민사회 및 장애인단체의 생존을 위한 권리투쟁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사회통합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이러한 몸부림은 세상 속에서 섬처럼 놓여 있었던 장애인들이 점차적으로 세상과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컨대 1991년 장애인의무고용과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와 같은 법적 장치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보장하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할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 중증장애인들의 오랜 염원이자 숙원이었던 장애인 연금제도가 금년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장애인 연금제도는 ‘장애인 연금법’에 근거, 중증장애인의 근로능력 상실 또는 현저한 감소로 인하여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하고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부담을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통해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의 장애수당과 달리 연금제도인 만큼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하여 매년 인상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생활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시행을 둘러싸고 정부와 장애계의 입장과 평가에는 괴리가 있어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출발점은 장애인연금의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이 기존의 장애수당 지급을 위한 기준과 달라져 장애인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차상위 중증장애인 일부가 연금수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하고 있다. 예컨대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산이 5,400만원~8,500만원 사이에 있으면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중증장애인이나, 근로를 통한 소득이 거의 없어 가족이나 후원자 등으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차상위 중증장애인은 장애인연금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여의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연금수급을 위해 장애등급 재심사제도가 의무화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과 기준의 변화는 연금수급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제도의 본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선 장애등급 재심사 비용이 100여만원에 달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그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3급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1·2급 중증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과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장애등급 재심사 결과 장애 등급의 하향조정으로 인해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거나 각종 감면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때, ‘장애등급하락’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어 보편적 제도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제도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도의 설계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제도의 완성은 필연적으로 점진적인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장애인인연금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탄생 또한 유한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류와 불충분성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나아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혜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는 대승적 판단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실천적 선행조건이 성숙될 때, 장애인 연금제도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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