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로 풀뿌리 민주주를
주민소환제로 풀뿌리 민주주를
  • 이한교
  • 승인 2010.07.2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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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도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전주시로 진입하는 도로(현재 동산동에서 용산 다리)에 녹지형 중앙분리대가 조성되었었다. 이를 처음 접한 시민은 신기하기도 하고 역시 고속도로라 다르구나 했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키운다 하여, 완전히 제거하고 포장을 해버렸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다시 또 시내 중심까지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여 소나무를 심어 삭막한 도시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시의 노력을 보면서도, 대전시처럼 녹지형 중앙분리대 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또 다른 이유로 수정 보완하기 위해 갈아엎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민은 불안하다.

사실 녹지형 중앙 분리대를 놓고 1석 3조 효과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이가 있지만,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안전사고를 유발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설치 자체를 수정하거나 아예 설치를 제도적으로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전임자가 벌여놓은 사업은 무조건 검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성남시처럼 전임자는 호화 시청사를 짓고 후임자는 그 빚을 못 갚겠다고 하는 것처럼, 무조건 갈아엎거나 문제의 사업으로 분리해 4년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으로 낭비하는 예산이 천문학적이라 하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비단 성남시뿐만이 아니라 는 것이다. 총체적으로 지자체마다 이미 수십억~수천억 원이 들어갔어도 공사가 중단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어 버린 사업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단체장이 바뀐 지자체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지자체 발전을 위해서 이를 막아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 합리적인 방법으로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않도록 정책 실명제를 도입하고, 주민 소환제 등을 활용하여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수년 전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를 여행한 적이 있다. 아름드리나무가 시내 복판에 가로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수백 년은 되었을 법한 우람한 나무는 믿음 그 자체였다. 우리 같았으면 뿌리를 내리기전 수종을 끊임없이 바꾸거나 갈아엎었을 것이다. 이를 보면서 37년 전 전주 나들목 녹지형 중앙 분리대가 지금까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명물이 되었을 것이다. 광주 광산구 공항입구의 가로수인 30년 된 메타세퀘이아 보다 훨씬 자랑할 만한 길이 되어 오가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다.

명물은 처음부터 탄생하지 않는다. 기다리고 뜸을 들이고 비바람에 온갖 풍상을 이겨온 내력이 있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전임자가 결정한 사업이라 하여 무조건 갈아엎으려는 치졸한 행정은 항상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 행정에만 눈을 돌리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한 지자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왕은 가도 행정은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결국 단체장은 바뀌어도 지역주민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자치단체는 연속된다는 말이다. 힘이 있다 하여 막무가내로 사업을 벌여 놓는 것은 무능이며, 지역주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능력도 없는 행정력을 권력으로 포장하고 남용하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풀뿌리 민주주의식 지자체운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이든 깊게 생각하고 의견수렴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행정이 필요하다. 능력도 없으면서 빚을 지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무책임한 단체장은 필요 없다. 전임자가 벌여 놓은 사업이라 하여 무조건 갈아엎어 명물의 싹을 잘라버리거나 선심성 공약으로 환심을 사려는 단체장에 대해서는 주민이 막아야 한다. 건실한 주민소환제 등을 활발히 전개해 그 책임을 따지고 정확히 물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퇴출 시켜야 한다. 바로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성숙한 주민소환제가 적절히 적용될 때 지역이 발전하고 나라가 흥하게 되며 우리의 삶이 윤택하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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