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국회의원>대통령 고집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유성엽 국회의원>대통령 고집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서울=전형남
  • 승인 2010.07.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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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소용돌이가 몰아쳐 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내 던진 세종시 수정안 화두로 1년 동안 대한민국은 둘로, 셋으로 어지럽게 갈라졌고, 개헌?행정구역개편?선거구제 변경 등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들의 생산적 논의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 수정안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다시는 서로 보지 않을 것처럼 아귀다툼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국회에서의 표결을 마지막으로 깊은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서 논의가 많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크다. 역시 노 전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누렸던 장본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참여정부가 추구하고자 했던 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그 취지에 대해서는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수도 이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수도권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에 직면했고,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좌절되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대통령은 결국 ‘행정중심 복합도시’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켰던 것이다. 정책적 목표와 수단이 그 취지에 걸맞지 않는 ‘과잉동조’ 현상의 전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대통령은 ‘대못’을 박았고, 그가 떠난 지금 그의 유지는 공고히 지켜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자 이를 곧 취소하는 듯 하더니,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만 살짝 바꿔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못’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임기 중에 이 사업을 끝장내겠다고 한다. 지독한 ‘노무현 학습효과’다.

필자는 작년 정기국회 예결특위, 올해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수정을 요구해 왔다. 강을 살리고 물을 깨끗이 하자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필요이상으로 그 수가 많고 규모가 큰 보(堡)의 설치, 과다한 준설량, 지나친 속도전 등 강을 살리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 자신이 내세운 고집을 꺾어야만 전임 대통령의 고집, 즉 ‘세종시 원안’ 수정의 진정성이 국민들께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고집을 거두지 않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지금도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세종시 수정안’ 관련법 국회표결에서 필자는 ‘기권’에 표를 던졌다. 청와대와 국회까지를 포함하는 완벽한 수도이전이 못될 바에는 ‘세종시’ 원안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지만, 그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낭비요소가 가득한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수정해야만 그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국가 최고경영자로서 올바른 태도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그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위협했다. 대국민 설득노력을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이 참 구차하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 의식을 지녀야 한다. 2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이 단기간에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야 말로 국민설득과 컨센서스 형성이 사업의 중요한 전제요건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농업?교육?복지?과학기술?문화?환경 등 이 시대 중요한 분야에서 시급하고 과감한 재정투입이 요구받고 있는 현실을 엄중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전임 대통령 고집의 소산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 있다. 여기서 또다시 현직 대통령 고집 때문에 사분오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론은 갈기갈기 찢어지는데 G20 정상회의를 성대하게 개최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디 대통령 고집 때문에 또다시 국민 신음소리가 나는 일이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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