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와 분수효과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 김진
  • 승인 2010.07.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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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에서 성장우선론을 말할 때 낙수효과라는 것이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대기업이 성장하면 관련된 중소기업도 따라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 경기도 부양되고, 빈곤층에게도 돈이 흘러들어가 소득양극화까지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반대로 분수효과라는 것도 있다. 기업이나 부유층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그 돈으로 빈곤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고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지원을 늘리면 그들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내수증가로 이어져 국가의 세수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를 마치 분수처럼 밑에서부터 위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하고,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소득양극화 해결과 경기부양의 해결책이 된다고 주장한다. 서로 반대의 논리이지만 내수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실업문제가 최악에 다다르고 있으니, 낙수효과든 분수효과든 ‘꿩 잡는 게 매’일 뿐이다. 한데 최근 정부나 지자체들이 실업문제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을 찾고 있는 것 같아 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 공짜로 직원을 고용한 경기도의 중소기업들

경기도의 경우 올 들어 농협중앙회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에게 1천억 원을 융자했다. 농협과 경기도, 경기신용보증재단이 힘을 합쳐 신규 일자리를 1개 이상 만든 중소기업들에 게 5억~10억 원씩을 지원한 것이다. 모두 1.067개 기업에 1천억 원을 지원함으로써, 2.003명의 실질고용창출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들은 협약에 따라 대출이자의 1.2%는 농협이, 1%는 경기도가 각각 부담하고, 경기신보는 수수료를 감했다. 이처럼 이자부담과 수수료감면, 그리고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안고 5억 원을 대출받은 중소기업은 연간 4천여만 원의 금융비용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이를 기업 측에서 보면, 새 직원을 공짜로 고용한 셈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협은 경기도와 시·군의 일자리센터와 함께 일자리 발굴사업을 벌여, 연말까지 1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서 4천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니 부러울 뿐이다. 한데 농협은 왜 경기도에만 그런 지원을 할까? 올 4월부터 향후 3년 동안 10조원이 넘는 경기도 일반회계의 도금고가 농협임을 감안할 때, 농협에도 손해될 일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1社1人 채용운동’과 ‘1社 1人 플러스 채용운동’

2004년4월1일, 극심한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고자, 정부와 중소기업청이 지원하고 벤처기업인협회 임원社들이 주축이 되어 벤처기업 <1社1人 채용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 이후로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비슷한 구호를 외쳤지만, 고용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 해결에 주력해 온 전라북도도 지난 22일 벤처기업협회 전북지회와 <1社 1人 플러스 채용> 협약식을 가졌다. 2004년부터 사용된 용어에도 이자가 길었는지 ‘플러스’가 더 붙었다. 이번 선거에서 스스로를 ‘미스터 일자리’라고 부르며 4년 동안 4백 개의 일자리로 4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444공약을 발표한 김완주 지사는, 협약식의 치사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이라고 격려했다. 한데 기업 측면에서 보자면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슨 수로 새로운 직원을 더 뽑을 수 있을까? 직원이 더 이상 필요치 않거나, 필요하더라도 경기불황으로 허리끈을 매야하는 상황이라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 명 더 채용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는 결코 감성에 호소해서 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겉치레와 같은 선포식이나 협약식은 이제 그만하고,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길 바란다. 기업만 잘 돌아간다면 일자리야 절로 생길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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