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김우영
  • 승인 2010.07.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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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한권의 인문학 서적을 놓고, 시민들과 논객들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다. 그 책은 하버드 대학에서 30년 동안 정치철학을 강의해 온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록을 엮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현대 자유주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의론에 대한 성찰에 매우 많은 지면을 할애 한다. 그리고 현대의 사회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각각의 정의론이 가진 적합성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논객들의 반응은 이렇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제목의 정치철학 책이 날씨도 더운 여름에 10만부가 넘게 잘 팔리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한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에 대한 반응으로서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의 발로라는 것이다. 혹은 MB정부의 정책이 재생산하고 있는 자유시장주의적 분배 정의에 대한, 반감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은 지나친 해석이다. 이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것의 주제도 주제지만, 정치 철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평이함과, 기술의 일관성, 논지의 적절성이 잘 나타나 있다는 데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철학 책이 일반 대중의 사유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얼마나 잘 계발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매우 탁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정의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잘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정의에 접근하는 일반적인 이론은 행복 극대화 이론과, 자유 존중의 이론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증대하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공리주의적 사고와 더불어,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존중이 정의라는 생각에 익숙해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의는 성인들의 합의에 따른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반면에 평등주의자들은 규제 없는 시장은 공정하지도 자유롭지도 않기 때문에, 정의를 구현하려면 사회, 경제적 불이익을 바로 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경제적 풍요, 자유 선택,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가? 아마도 부정의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시대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더 정의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샌델이 그의 책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에서도 지적하듯이 자유주의적 분배 정의는 경제적 풍요, 개인의 자유와 기회의 평등에만 몰입해 있음으로 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경제적 재화만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마땅한 도덕적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샌델이 시사하고자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정의로운 사회는 좋은 삶을 지지하고, 사람들의 고유한 능력과 미덕을 개발하게 하는 그러한 사회이다. 그리고 영예와 공직과 같은 어떤 것들은 그에 마땅한 미덕을 갖춘 사람에게 분배되는 그러한 사회이다. 자유주의 정의의 한계는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외면하고 중립적인 정의 원칙만을 제시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직접 선택하게 하고, 추구하게 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의에서 결과하는 삶은 이기적이고 자기만족적인 개인주의일 뿐이다.

샌델의 논의는 우리가 지금까지 사회 정의를 논의하면서, 무언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느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떤 측면을 드러나게 한다.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사회는 풍요로우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민으로서의 덕성과 미덕이 개발되고, 시민의 미덕에 따라 영예와 포상이 주어지는 사회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생활 수준의 증대, 경제성장, 민주화라는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잊고 지냈던 정치의 본래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이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삶의 양식에도 치우치지 않는 권리의 틀을 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시민의 좋은 자질을 함양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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