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실장>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나가자
<김영선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실장>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나가자
  • 이보원
  • 승인 2010.07.23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근사한 분위기의 고급 한식당에 갔다. 푸짐하게 상이 차려져 나오자 상에 둘러앉아 있던 이들 모두 ‘무엇부터 먹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 순간 한 친구가 의문을 제기했다. ‘이 먹을거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질문으로 우리는 잠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식당주인에게 물어보고 나서 우리는 더 고민에 빠졌다. 우리 앞에 있는 푸짐한 밥상은 한식이었지만 가히 다국적 밥상이었다. 인도네시아산 꽃게와 필리핀 산 새우, 중국에서 온 배추김치, 뉴질랜드에서 온 단호박과 호주산 양배추,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포도는 칠레산이었다. 이는 우리의 몸이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지만 우리 밥상은 전 세계에서 온 먹을거리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거나 그리 크게 나뉘지 않은 고장에서 싱싱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래서 몇 단계만 거치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농사를 지었고, 누가 먹는지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마음 놓고 먹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들은 수만 킬로 떨어진 외국에서, 수많은 단계를 거쳐 배와 비행기로 이동해 온 것들이 태반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밥상 위에 오르는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 또 어떤 과정으로 수입되고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수입농산물은 넓은 농장에서 대단위로 재배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덜 타는 만큼 농약과 제초제 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또한 수확한 후에도 색깔을 좋게 하거나 유통기한을 최대한 길게 하기 위해 농산물표면에 착색제, 방부제 등 여러 화학물질로 농산물에 여러 겹의 옷을 입힌다.

또한 수입농산물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하는 여러 겹의 포장과 운송수단인 비행기와 배, 트럭, 기차에 드는 원료는 대체로 화석연료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하여 많은 환경 문제들 또한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로컬푸드(Local food)운동’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먹어 농산물의 이동거리 즉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줄여 환경부하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것이 ‘로컬푸드 운동’의 주된 목적이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쌓일수록 혜택이 늘지만 푸드 마일리지는 수치가 높아질수록 운반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이 늘어난다. 즉 먹을거리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운송거리가 멀어질수록 푸드 마일리지는 높아지고 그만큼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의 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도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조금씩 서서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땅에서 농업인의 정성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는 싱싱하다. 열대지방에서나 외국에서 자라서 오랜 시간, 장거리 이동을 해온 온 과일이나 식물이 싱싱할 수는 없다. 영양분도 손실되고 많은 화학약품의 사용에 따른 피해는 언젠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우리 먹을거리 중에서도 비닐하우스나 양식장에서 키운 것보다는 하늘과 땅 바람 안에서 풍부한 영양과 신선한 맛을 품고 자란 제철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에 맞아 건강에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제철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서 푸드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몸에 옳고 이로운 일을 가장 가까운 곳, 바로 내 앞에 놓인 밥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