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및 그 지역의 특화사업을 조사할 목적으로 6월말에 3박4일 일정으로 동료 연구원과 함께 일본 홋카이도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내내 지역의 특성을 살피고 깊은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다.

홋카이도는 혹독한 기후조건으로 척박한 땅에서 예로부터 소수민족 아니누에가 수렵생활을 하면서 정착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구미의 농사기술이 보급되면서 밭농사와 낙농을 중심으로 현제 일본의 농산물 중 12%를 차지하고, 식량자급률은 200%를 넘고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휴양 및 레저지역으로 급부상하였다.

홋카이도지사 다카하시 하루미는 홋카이도를 세계 자연유산인 시레토코(知床)를 비롯한 풍요로운 자연 환경의 혜택을 입은 식자재와 관광 자원 등이 빼어난 자원의 보고이고, 또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누 문화와 지역별 풍토나 역사가 이룩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여 각 지역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무한한 잠재력을 소유한 천해의 지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홋카이도의 매력을 전 세계로 발산하고 다양한 교류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으로 활용해나가겠다고 하였다.

필자는 홋카이도 방문 전에 조사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라북도의 동부산악권의 중심인 진안과 비슷한 지역인 후라노(富良野)와 비에이(美瑛)를 방문하고 그 지역의 특색을 조사하여 이들의 장점을 활용한 우리지역의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후라노-비에이는 북위 43도에 위치하며, 산림이 70%가 넘고 홋카이도의 중심지인 배꼽으로 표현되는 고원의 분지지역으로 주거지와 경작지의 고도가 500-800m이르고,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눈이 내리는 긴 겨울과 함께 적설량이 1m 이상이며, 최저기온이 영하 25도에 달하는 반면, 여름은 장마는 없지만 폭우와 함께 섭씨 30~34도에 이르는 척박한 지역이다. 이곳의 인구는 후라노-비에이가 각각24,000여명(진안, 27,000여명)과 11,00여명이고, 지역민의 주 수입원은 양파, 밀, 낙농 등 농산물과 팜 토미타를 중심으로 지역에 적합한 허브식물인 라벤더를 도입하여 최고급 에센셜 오일을 가공하면서 기존에 생산하는 농업에서 벗어나 보여주는 농법으로 전환하여 일 년에 3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큰 성과를 올린 지역이다. 또한 비에이는 구릉지의 지역적 특색을 활용하여 패치워크길, 파노라마로드, 비바우시 에어리어 및 리프레시라인 등 4개의 주요 체험관광코스를 개발하여 일 년에 120만 명의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곳이다.

어떻게 이러한 척박한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으로 발전했을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의외로 그 답은 간단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적으로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자연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이를 이끈 지역주민과 지도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진안은 남한의 유일한 고원이면서, 전라북도 동부산악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이고, 산림과 인구 그리고 1차 산업에 기반을 둔 농업지역으로 후라노-비에이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진안은 지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마이산, 운장산, 덕태산 및 용담호 등 자연환경과 기후조건 그리고 인삼 등 특용작물의 재배지라는 측면에서는 후라노-비에이 지역보다 훨씬 우수한 편이다. 그런데, 진안지역민의 소득 수준을 보면, 후라노-비에이에 비해 3배 이하의 소득 수준에 불과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가 및 지역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도시화 정책에 주안점을 두었고,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예측하지 못한 지역 소외정책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낙후된 진안을 비롯한 동부산악권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일본의 후라노-비에이 지역을 조사한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마이산 등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훼손된 자연자원을 복원해야한다. 둘째, 기존의 생산중심의 농법에서 벗어나 보고 즐기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헬스투어 농법을 개발하고 체류하는 관광산업을 육성해야하며, 환경변화에 따른 온난화를 대비할 수 있는 작물의 선택 및 건강 농법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무질서한 주택 그리고 상업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감성 디자인을 통한 지역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넷째, 고착화된 지역민의 이기적 발상에서 화합하고 융합할 수 있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다섯째, 미래를 예측하고 선진화된 지역의 장점을 잘 살피고, 지역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굴하여 일괄된 정책의 수립과 함께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주민과 지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낙후된 진안이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건강생태지역으로 발전하길 기원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