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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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경
  • 승인 2010.07.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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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유산 판소리에서 배워야할 지혜

유춘택 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유춘택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신만의 전통음악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가부키가 있다면, 중국에는 경극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판소리가 있다. 판소리는 특수성·독창성·우수성을 인정받아 2003년 11월에 유네스코로부터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가 결합된 말로, ‘판’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말하고, ‘소리’는 노래를 상징하는 말이다. 이를 그대로 풀어보면 판소리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한편 판소리는 소리꾼 한명, 북을 치는 고수 한명이 하는 것으로 소리꾼은 북 반주를 따라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 가며 긴 이야기를 한다.

소리꾼은 혼자서 모든 역할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의 음역대 변화가 뛰어나야 하고, 다양해야 한다. 결코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시간 동안 혼자서 모든 역할을 해야 하는 상당히 힘든 1인 오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는 전 세계의 다양한 성악에서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한 특수성을 띠고 있다. 고수는 소리꾼의 소리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를 맞추고 추임새도 넣어야 하므로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소리꾼과 고수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판소리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당들의 노래로부터 나왔다는 무가(巫歌) 기원설, 고려~조선말까지 궁중의 최고 권위 연례행사 때부터 광대들의 노력으로 발달되었다는 광대소학지희설 등 여러 학설들이 있지만, 전라도 지방의 서사무가 그 기원이라는 설이 현재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판소리음악이 전라도음악과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기원 자체가 서민계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그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취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그래서 서민들의 일상 언어와 걸쭉한 욕설도 사설에 들어오고, 당시의 지배층에 대한 그들의 불만이 판소리에 반영되게 되었다. 그러나 판소리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판소리의 주요 고객이 서민에서 양반층으로 점점 바뀌게 되었다. 당연히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전의 서민적인 것은 상당히 수정되었다.

그때 신재효가 등장하였다. 그는 구전으로 전수되던 판소리 사설 6마당을 기록·정리하여 판소리의 체계성을 더욱 높였고, 양반들의 취향에 걸 맞는 판소리의 개작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사설에 식자층만이 알 수 있는 ‘한시’ 등이 대거 나타나고, 일상 대화도 격식에 맞게 바뀌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양반의 예술 취향이 가미되어 ‘점잖게’ 부른다거나 “소상팔경”과 같은 한시 위주로 된 소리 대목이 들어가고 음악적으로 많이 다듬어졌다.

이러한 판소리에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판소리의 장단은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엇모리·엇중모리 등이 있다. 이 장단들은 판소리의 사설에서 상황에 따른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각각 따로따로 쓰인다. 이러한 장단은 판소리의 묘미이며 재미와 긴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판소리는 총 열두 마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섯 마당만 남아있다. 춘향가·심청가·흥부가·수궁가·적벽가 등 다섯 가지는 불리어지고 변강쇠타령은 내용이 남녀상열지사의 극치로 불리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판소리는 해학과 풍자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노래로 표현해 왔다. 따라서 예전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고, 최근에는 창작 판소리 등을 만드는 등 시대상을 드러내기 위한 소리를 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5월 21일, 백범 김구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마곡사 대광보전 앞마당에서 창작 판소리로 부활하기도 했다. 나라 잃은 통한의 아픔, 의연한 항일무장투쟁, 분단을 앞둔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을 소리꾼들이 소리로 들려주었다. “하지하지 해놓고 암 것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하지여.” 소리꾼은 휘모리장단에 맞춰 당시 미군정청 대표 하지 중장을 풍자했다. 심지어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비롯된 ‘스타대전 중 저그 초반 러시 대목’이라는 작품도 있다.

판소리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마음으로 전승되고 발전하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전통문화이자 세계 문화유산인 판소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뿐더러 소리꾼과 고수의 조화가 성공적 판소리를 탄생시키는 교훈에서 어지러운 현 시국을 슬기롭게 타개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지혜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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