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지방권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안홍엽
  • 승인 2010.07.0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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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의 국민 중 한사람으로 6월2일, 영예로운 당선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6.2지방선거는 중앙권력에 대한 지방권력의 확실한 견제의 의미를 갖는다. 광역 열여섯 곳에서 야권이 열 곳을 석권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와는 완전히 반대의 결과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동안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견제와 균형의 구조를 만들어 주었으나 화합, 상생, 소통의 정치를 보이기보다는 갈등과 반목의 악순환을 반복해온 것에 대한 책임추궁이다.

전북,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6년 이후 야당의 태생지, 민주당의 텃밭으로 도민은 애정과 신의를 배반하지 않았다. 그 동안 정권의 일방 독주를 막는 역할도 한 것이 분명하지만 갈등과 배제의 요인이 되어 산업, 인사, 개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항상 변방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였다. 6월 2일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요란하였지만 비판과 변화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요지부동이었다. 야당은 한반도를 중심에서 종단하는 거대 지형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런 정치지형 속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달라이 라마의 만트라”라는 작자미상의 시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늙으면 그 것이 아주 중요해질 테니까.’ 라는 대목을 “유시화”씨의 책에서 읽었다. 인간사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정치역사상 앞으로 4년처럼 파란만장한 시대는 드믈거라고 생각한다. 전북은 다행히도 그런 염려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한 두 사람의 의회의원이 ‘독식은 안된다’며 으름장이지만 소수의 역부족을 모르는 탓이다. 일당독재에서 오는 오만과 편견을 막을 장치가 없다. 견제와 균형의 조화를 이룰 힘이 없다. 새로 구성된 의회 지도층은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존중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은 다짐일 뿐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짚어 김완주 지사는 ‘도민의 절박한 마음을 생각하여 가장 앞장 서서 일하고 가장 적게 잠자고 가장 많은 시간 고민 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민과의 소통을 위하여 취임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했고 투위터도 함께 했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지사의 행보는 긍정적이었다. 견제와 타협의 묘미를 보이려고도 했다. ‘도민의 거대한 분노’를 거론하며 미래 권력에 겁을 주기도 했고 감사의 편지로 현실을 수긍하기도 했다. 김지사는 소통하는 도정을 공약한 만큼 정책과 인사와 사고로 소통의 실증을 보여 주어야한다. 소통 도정의 핵심 멤버이기도 할 기초단체장들은 어떠한가? 7월 1일 그들은 “명품도시 건설” “화합 소통시정” “새로운 100년 다짐” “미래 창조도시건설” 등 추상적인 구호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이러한 공약들은 주민들에게 감동은커녕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한다. 마음에 와 닫는 공약 하나 개발하지 못한 자치단체의 앞으로 4년이 걱정스럽다. “둥근 춤(The Round Dance)"으로 밀원 정보를 공유하는 꿀벌의 지혜와 소통을 연구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모든 단체장들이 7월 2일부터 7월 1일의 다짐을 잃고 4년 뒤를 위한 행보에 나서지 않았는가도 일찍 돌아 볼 일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진보와 보수, 자율과 통제, 서로 다른 세력간의 심각한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은 ‘진정한 교육자치를 꿈꾸며 비장함을 느낀다’고 했다. 일제고사 선택권, 친환경무상급식, 학생의 자율권 보장 등 교육비젼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교육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동의를 폭넓게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장관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제도가 바뀌어 혼란을 빚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의 결과일 수도 있다. 교육은 보수, 진보, 수구, 혁신의 2분법적 잣대로 재단하고 구성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민선 5기, 지방자치 19년을 한 정당에 압도적으로 몰아준 전북의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만들어봐야 한다. 총생산에서, 생산력에서 그리고 산업구조, 농업생산력, 제조업등 모든 지표가 민선 자치이후 계속 떨어져 꼴찌 수준을 맴돌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20%를 넘지 못한 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지방자치가 지역의 운명을 좌우 한다’는 말은 부정적으로 전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지방권력의 새로운 출발에 즈음하여 기대와 우려를 함께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유권자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6월 2일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한 자리 숫자를 넘지 못하던 한나라당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대를 바라보았다. 특정후보의 인기도가 아니라 민심의 변화, 의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2010년 6월의 장면이 4년뒤 전북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20년의 순정을 버릴 수밖에 없는 불행이 올지도 모른다. 2010년 6월 2일, 도민이 마지막으로 걸었던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불행은 없었으면 한다.

안홍엽 <필에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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