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그리고 초심(草心)
초심(初心) 그리고 초심(草心)
  • 장민호
  • 승인 2010.07.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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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많은 시민들은 이 말에 얼마나 공감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를 일이다. 모두가 자신만이 가장 신뢰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한다고 하면서 뽑아 달라고 유세를 펼쳤다. 하지만 그들이 그 많은 공약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선만 하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약을 내건 후보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선된 자들의 고민도 깊어지리라 생각 된다. 영어에서는 공약(公約)을 플레트홈(platform)이라고도 하는데 전에 미국에서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기자가 대통령께서는 왜 플레트홈(공약)을 지키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였더니 대통령의 대답이 플레트홈은 기차를 탈 때까지만 필요하지 왜 지금 필요한가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어에서는 기차역의 플레트홈이나 같은 스펠링이다) 행여 지금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이런 생각을 가진 장(長)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지난 7.1일부터 지방자치 민선 5기 시대가 막을 열었다. 이 날부터 광역 및 기초지방 자치단체장들은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 수행에 들어갔다. 우리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교육감, 14개시군자치단체장 그리고 교육의원, 지방의원 등 256명의 일꾼(?)들이 취임식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열흘 남짓 지났는데도 아직도 언론들은 그들의 포부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관심 그리고 부탁의 말들을 쏟아 내고 있다.

이러한 사정의 이면에는 이번의 지방 선거는 그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의 말들과 희망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뒤섞여 보통 시민들은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았던 게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우려 반과 기대 반의 갈등은 아직도 수면 아래 잠재되어있다고 보여 진다. 8군데를 찾아서 찍어야 하는 것부터 일반 시민들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은 모두가 한 결 같이 잘사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나름대로 분홍빛 청사진을 펼치니, 행여 이 말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이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가운데 선거가 끝나고 시간이 흐르니 당선자가 나오고 취임식도 치러지고 항구를 떠난 배들은 항해를 시작 했다. 앞으로의 항해에는 선장과 배의 요소요소를 책임질 선원들에 의해서 4년의 항해는 어떻게 어디로 가게 될는지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전북 각 지역에서 동시에 출항하면서 밝힌 선장들의 각오를 살펴보았다.

가장 많은 공약은 시민중심, 다시 말해서 지역민 모두가 잘사는 고장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전주는 시민중심, 부안은 잘사는 군민, 군민이 행복한 임실, 군민이 행복한 무주, 꿈과 희망의 순창, 시민이 행복한 정읍, 시민이 행복한 도시 익산 등으로 가장 많은 단체장들이 언급하였다. 다음으로는 화합· 상생·소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 다음은 관광 · 문화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다음은 경제와 일자리창출을 꼽았으며 그리고 뒤를 이어 교육, 생태·건강·복지 문제 등을 꼽았다. 사실 모두를 살펴보면 모두가 한마디로 대동소이(大同小異)하고 차별화는 크게 보이질 않는다. 차별화가 없다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켜지기만 한다면 어느 지방이나 4년 안에 지상 천국은 못 되더라도 가까이에 다가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공약이 구성원들이 잘살고 행복한 고장을 만든다는 것 이었는데 이는 지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것을 의미 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고장을 만들기 위해서 화합 · 소통 · 상생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지역이든 갈등이 그만큼 많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이야기라고 생각 된다. 군산에서는 시화만사성(市和萬事成)이라하여 화합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화합에 대하여 『논어』에 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남과 대처 할 때 소신이 다르다고 남의 기분을 상하게 굴지 않고 협력도 하고 화합하면서도 명리(名利)를 위해 소신을 저버리고 뇌동(雷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소통(疏通)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통이라함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결국 단체장들이 어떤 정책들을 행하려 할 때 가장 급선무는 소통을 통한 화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단체장이라는 선장은 ‘정치를 행하는 근본은 정치를 행하는 사람의 생각에 달려있다’(爲政在人 『중용』의 말)는 말과 『서경(書經)』에 보이는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이니, 정권을 잡은 자가 자기 자신이나 어떤 특정한 무리를 위하여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백성을 위해 하늘을 대신해서 정치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한 말을 새겨둘 일이다.

이 말은 누구든 처음에 품은 마음(初心)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지만 결국은 지키지 못해서 비리를 저지르게 되고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초심(初心)을 잃지 않으려거든 항상 깨어서 4년 내내 초심(草心 : 민초들의 마음, 오늘날의 주민의 뜻)을 읽으며 기억하고 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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