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 문학평론가> 새 교육감이 명심할 일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 문학평론가> 새 교육감이 명심할 일
  • 이수경
  • 승인 2010.06.28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1일 김승환 당선자가 제16대 전라북도 교육감에 취임한다. 그를 후보로 추대한 민주진보진영 8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조직적 득표활동에 힘입은 바 크리라 생각되지만, 김승환 후보의 당선에는 분명한 표심이 읽힌다. 바로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김 교육감은 당선자시절부터 전교조 교사 징계, 자사고 지정 문제 등 기존 교과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뿐이 아니다. 공약으로 일제고사 대신 기초학력 및 적성진단프로그램 실시도 이미 밝힌 바 있다. 또 0교시·우열반·강제보충·강제심야학습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김 교육감이 명심할 일은 ‘교육본질 제대로 보기’이다. 교육의 본질을 ‘사람다운 사람’ 길러내기로 본다면 지금 ‘자행’되고 있는 성적 지상주의의 줄세우기, 입시지옥의 ‘공부하는 기계’ 따위 살풍경한 학교 모습은 사라져야 맞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문계고교 역시 난리속이다. 아다시피 전문계고는 애초 학력이 다소 모자라거나 공부에 열의가 부족하고 집안형편도 여의치 않아 일찍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취업은 전문계고 설립 취지이자 원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국·영·수 위주의 8·9교시 보충수업을 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히 잡히지 않는다. 방학중 보충수업도 한단다. 왜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전문계고 학생들까지 성적지상주의의 ‘공부하는 기계’ 놀음에 휘말려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른바 0교시 수업에서부터 밤 11시대의 심야 자율학습, 그것도 모자라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이랍시고 내놓은 EBS 수능방송 시청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꿈과 희망을 설계하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짬이 없다. 이를테면 교육은 없고 입시지도만 있는게 학교의 현실인 셈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드는 본질적 교육에는 걸림돌이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라’는 요구를 데모까지 벌이며 해대기 때문이다. 명문대 진학만이 교육의 목표가 아닐텐데, 그렇듯 획일적·강제적 ‘공부하는 기계’ 양산이 학력증진의 최선책은 아닐텐데 말이다.

또한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본질적 교육의 교사보다 소위 명문대에 몇 명 더 집어넣는 교사가 유능하고 실력있는 교사라면, 그리고 그들만이 교원평가에서 우대받는다면 그것은 학원강사의 긍지와 보람일 뿐 교사의 것은 결코 아니다.

실업교육을 포함한 공교육 내실화야말로 교육감직을 걸고 풀어가야할 중대 사안일 것이다.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학교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죄짓는 어른이 되어선 안된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김 교육감이 초·중등 교원 경험이 전혀 없는 점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론도 직접 겪으며 얻은 체득을 뛰어넘지 못한다. 기존의 거대 관료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여 일사분란한 리더십을 발휘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 당선자가 또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바로 헌법학자로서 청렴한 교수였을망정 검은돈 뿌리칠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울시 교육청 비리사건이 하필 그곳만의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새겨둘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