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겻불과 곁불
<김환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겻불과 곁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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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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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18일 ‘얼어서 죽을지언정 곁불은 쬐지맙시다’ 라는 신문기사가 대서특필 된바 있다. 신문에 난 내용을 그대로 적으면,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는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고 청렴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2002년 당시 취임한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이다. 그런대 여기서 ‘곁불’이란, 한글학회가 펴낸 우리말 큰사전에 보면 ‘어떤 일에 관계하지도 않고서 가까이에 있다가 받는 재앙, 즉 오발탄’ 이라고 적혀있다. 다시 말하여 곁불이란, 포수가 멧돼지를 향하여 총을 쏘았는데 멧돼지 대신 옆에 있던 토끼가 재수 없이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와 같다.

앞의 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내 생각에 ‘겻불’을 ‘곁불’로 잘못 쓴 것 같다. 겻불이란 겨를 태우는 불이란 말로, 장작불과 대비된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수재가 이런 단어를 잘못 알리도 없고, 글 쓰는 일이 직업인 언론인이 잘못 쓸 리도 없을 진데, 아마도 타자수가 잘못 교정을 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옛날 시골집에 가면 앞마당을 쓸고 남은 잡동사니를 겨와 함께 태우며 머슴들이나 길쌈하는 아낙들이 이 불을 쪼이며 추위를 달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때 소위 점잖은 양반들은 결코 그곳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아녀자들이나 조무래기들과 어울리지 않겠다는 고결한 선비정신과 함께 겨를 태운 불은 연기가 많이 나서 옆에 서 있다 보면 본의 아니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 꼴이 연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한명숙씨의 뇌물 수수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보노라면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아직도 이 재판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일부 보도에 의하면 검찰이 너희들 전주고등학교 나온 정치인들을 모조리 대라고 피의자인 곽 모 사장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는 구술이 흘러나왔다. 짐작컨대 곽 사장도 전주고교 출신인 모양이다. 요사이 전북 출신들이 수난을 받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쓰인다. 전북 출신 우리나라 중견기업인 전 모 씨도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우리도가 나쁜 의미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지 않길 바란다.

참고로 나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왔는데, 졸업장은 없지만 나도 전주북중학교를 다녀본 적이 있다고 지인들에게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부군께서 광복 후 잠시 지금의 전주고교 전신인 전주북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친 일이 있어 지금의 전주고등학교 뒤 학교 관사에 기거를 했었다. 그때 놀이터가 북중학교 운동장이었고, 거기서 군사정부 시절 국회 부의장을 지낸 장경순씨가 전주북중 교련 담당을 맡아 학생들에게 텀블링 연습을 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았었고, 가끔 그런 학생들과 어울린 적이 있어 나도 북중학교를 다녀보았노라고 농 삼아 말하곤 했던 것이다. 전주고교 이야기를 들먹인 것은 내가 전주고교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우리나라 최고 권력 기관인 검찰이 용전 얼마와 골프채 한 세트 받은 혐의를 그리 심하게 큰 심판을 내리는 것처럼 비추어 주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이고 털어 먼지 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작은 일도 큰 그릇에서 살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검찰도 피의자 진술이 자주 바뀌니 참담 할 것이고, 그러다 보니 곁불 조심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피의자 피해자 증인 참고인 모두 최선을 다하여 검찰의 곁불을 피해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 역시 우스워 보이기는 하나 이해도 된다.

우리 모두 냉정한 마음으로 곁불을 피하는 지혜와 서민들이 둘러앉아서 쪼였던 겻불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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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12-03-02 14:18:16
곁불1 [겯뿔]
[명사]
1. 얻어 쬐는 불.
2. 가까이하여 보는 덕.
3. 남이 켰거나 들고 있는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