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을 위한 월드컵인가
누구을 위한 월드컵인가
  • 이영원
  • 승인 2010.06.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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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대한민국은 온통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온 국민은 16강 진출을 목표로 출정한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23일 나이지리아전에서 통쾌한 승리로 목표 달성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우리들 모두를 행복하게 했던 2002년 월드컵의 열정과 투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선수들이 흘리는 땀의 열정을 관중들이 즐기면서 함께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축구는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비교적 룰이 덜 복잡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하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축구 사랑은 유난하여, 남자들이 가장 즐겨하는 이야기 소재 중의 하나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축구는 우리 국민들에게 국민적 스포츠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번 2010 월드컵은 총 32개국의 선수들이 출전하여 6월 11일부터 한 달 동안 64게임을 통해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 치안이나 제반 시설 등 이번 대회 개최지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세계는 하나라는 글로벌 시각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전 세계에 소개한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 스포츠 빅 이벤트가 갖는 직, 간접적 경제 효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매일 우리들의 안방에 비춰지는 아프리카 전경과 월드컵에 참여하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은 지구촌(global village)이란 얘기를 새삼 실감나게 한다.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우리나라가 1승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기대 효과가 약 2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개략적 통계도 나왔지만, 구체적 수치가 아니더라도 대외적 국가 이미지나 인지도 및 호감도 상승 등의 효과를 따진다면 빅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지켜보는 월드컵이라는 빅 이벤트는 더 할 나위 없는 호기(好機)이다. 월드컵 비공식 후원사들의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성행하고, 스포츠 이벤트 후원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마케팅 효과에 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특정 방송사의 월드컵 독점 중계 문제로 대회 시작 전부터 시끄러웠다. SBS가 KBS와 MBC와의 협상을 깨고 단독 중계를 강행함으로써 국민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았으며, 특히 시청권역이 제한적인 SBS가 월드컵 독점 중계를 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시청권을 박탈했다는 주장과 함께, 단독 중계로 인한 비용 부담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광고비 인상 등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중계권을 둘러싼 이번 방송사들 간의 분쟁은 차지하고라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행사 때 마다 국민들의 채널 선택권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빅 스포츠 이벤트 때 마다 지상파 채널들이 스포츠 채널화 되면서 국민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비싼 중계료를 주고 같은 게임을 여러 채널에서 방송한다는 것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뿐 아니라 소중한 전파 낭비라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를 보지 않으면 애국자가 아니거나,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스포츠 이벤트 중계에서 기업의 이윤이나 방송사들의 권익 보다는 시청자들의 선택권과 취향을 배려하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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