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와 커피
투표와 커피
  • 김진
  • 승인 2010.05.3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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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에 이대 앞에 1호점을 개설한 프랜차이즈가 10년 만인 2009년에 300호점을 열고, 하루 고객만 10만 명에 연매출 2천억 원이 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바로 커피의 제왕이자 <별다방>으로 불리는 스타벅스가 그것이다. 미국의 스타벅스社와 신세계가 각각 50%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탤런트 고현정의 前남편이자 신세계의 황태자인 정용진 총괄대표이사가 직접 들여 온 브랜드다. 그래서 우리가 마신 한 잔의 커피는 10%의 로열티를 신세계와 스타벅스社가 나누어 갖게 된다. 즉 3300원짜리 아메리카노의 경우 5%의 로열티와 9% 정도의 커피원가를 합쳐 14%정도의 외화가 지불된다. 셈해 보면 우리가 한 잔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데는 대략 500원정도의 외화가 유출되는 것이다. 결국 작년 한 해 동안 스타벅스 커피로 인해서만 연간280억 원 이상의 외화가 소용되었다. 그 결과 스타벅스 본사는 한국에 100억 원을 투자해서 2007년까지 로열티 277억 원과 배당금 40억 원을 받았으니, 이미 3년 전에 투자원금의 3배 이상을 회수한 셈이다.



* 커피 효과와 라테 효과

그럼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여러 악재로 인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커피업체만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커피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를 구매하거나, 술이나 식사 같은 소비재를 즐길 수 없으니 적은 돈으로 격조 있는 소비욕구를 채울 수 있는 커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싼 명품이나 고가품을 가질 수 없게 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에 대한 구매가 증가한다는 <립스틱 효과>와도 같은 현상으로 이해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식사 후에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 한 잔 값이 점심 한 끼 값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같이 4천 원 이상 하는 고급 커피를 애용하는 층은 도시의 20~30대 직장여성들인데, 이들의 경우 커피와 관련한 지출이 소득의 2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다보니 카페라테 한 잔 값을 10년만 모으면 결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라테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 커피는 쓰지만 투표는 달다!

어쨌든 커피는 매력적인 기호식품이다. 하지만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매력도 있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이는 미국 <커피파티>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떠 있는 문구이다. ‘깨어, 일어나라’를 모토로 내건 커피파티는 미국 방방곡곡에서 커피파티를 열어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자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파성을 떠나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강조하는 커피파티의 지향점은 갈수록 저조한 우리의 투표율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깨어 있는 유권자와 민주주의의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만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미국과 우리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취지를 살려 국내에서도 ‘2010여성유권자희망연대’가 <커피파티>를 만들었다. 여성유권자희망연대는 여성노동자회, 여성민우회, 여성단체연합 등 국내 35개 여성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0명 이내의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지방선거에 대해 토론하는 유권자 정치참여운동을 통해 투표율 10%포인트 끌어올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굳이 이들의 주장이 아니라도, 앞서 치러진 여러 선거처럼 20대의 투표율이 30%를 밑도는 상황이라면 우리사회의 장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 젊은 세대 역시 자신들의 욕구와 목소리를 내야함은, 민주시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취지마저 잊고 투표하지 않은 채 공짜휴일을 보낼 생각이라면, 앞으로 지역살림이나 선출직공무원들의 흉허물에 대해서 일체의 생각을 접고 입을 닫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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