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줄 투표 마감할때
묻지마식 줄 투표 마감할때
  • 김남규
  • 승인 2010.05.2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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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연일 선거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마음을 정하기 쉽지 않다. 8장이나 되는 투표용지에 누구를 찍을 것인지 고민이다. 특히 교육위원 후보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선거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몇 가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정권 심판의 의미와 지역에서는 민주당의 일당 독주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주민의 삶의 질을 확대하고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위한 과정으로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정권 심판에 대한 불을 지피지 못하였다. 물론 천안함 사건이 한몫을 한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부동산 값 하락의 불안을 잠재움으로써 한나라당 표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그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민노당 후원 교사 중징계 등 천안함 사건과 연계한 ‘좌파’ 논쟁과 ‘북풍’ 효과가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를 견제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전략은 지방 포기와 수도권 지키기가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전북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감세로 인한 지방 재정 축소, 세종시 원안 수정으로 인한 혁신도시와 새만금 내부개발 위기에 대해 민주당 전라북도당은 침묵하고 있다. 김완주 도지사후보 역시 ‘신용비어천가’에서 보여주었듯이 정부에 순응하는 분위기다. ‘신용비어천가’를 가장의 마음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지켜왔던 가족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 한다. 새만금에 모든 자존심을 팔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남에 LH공사를 일괄 배치하겠다며 당 차원의 공약을 발표하는 마당에 대부분 지방선거 후보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북은 대책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참 바보 같은 지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세종시 원안 수정문제와 수도권 규제완화 등 지역 균형 발전 포기에 대해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도민들의 자존심을 돌려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방 정책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침묵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 일당 독점의 대표적인 폐해이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놓은 마당에 무리하지 않고 시간만 지나면 당선에 지장 없는 선거,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득표 전략으로서 공약을 만들 필요도 없는 선거, 선거를 통해 좋은 공약을 만들고, 지역 발전 전략을 수립하여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도민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야당 지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자 했던 도민들의 전통적인 투표행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러나 지금은 묻지마식 줄 투표를 마감 할 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보고 싶다. 정권을 교체하는데 50년이 걸렸다. 지방자치가 이제 20년을 지나고 있고 좀 더 성숙하기 위해 과정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하자. 특정 정당의 독점적인 폐해를 극복하고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지역 정치를 생각해 본다. 지금과 같이 중앙당에 종속 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독점적인 정치구조를 양산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정당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소수의 정치 세력도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정당 구성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를 실현하기위해서는 작은 정당, 주민 밀착형 생활정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환경이 함께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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