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전북산악연맹상근부회장, 모악산지킴이 회장> 등산문화, 이제는 변해야 한다
<김정길 전북산악연맹상근부회장, 모악산지킴이 회장> 등산문화, 이제는 변해야 한다
  • 이방희
  • 승인 2010.05.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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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산이 대중 레저스포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면서, 가장 각광받는 취미활동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현재의 등산인구는 2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등산모임은 1만8천 개에 회원 수는 160만 명이나 된다. 등산형태도 암벽과 리지등반 등 전문등반 인구가 20%, 근교 산의 등산으로 건강을 추구하려는 등산인구는 80%를 차지했다. 그리고 국민 2명 중 1명이 등산이 취미라고 여길 정도로 국내 유명산에 가면 앞 사람 엉덩이만 쳐다보고 가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64%가 산림으로 산이 항상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적은 비용으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증진과 심신회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야생화관찰, 사진촬영, 역사. 문화. 지리답사 등 다양한 취미활동도 용이하다. 하지만 등산은 건강증진과 여가활용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큰 반면, 필연적으로 산림훼손과 생태계변화 등을 수반하게 되는 두 얼굴을 가졌다.

그렇다면, 2000만 명의 등산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의 등산문화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쯤일까? 공휴일마다 도시 근교 산이나 유명산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등산로의 훼손상태가 심각한 실정이다. 또한 등산상식과 준비운동 부족, 무리한 산행으로 산악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한 식물채취와 도토리나 야생동물의 먹이인 열매까지 모조리 채취해서 동물식과 자연생태계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음주와 고성방가, 산의 계곡에서 목욕. 세차. 취사행위, 야간산행과 새벽부터 산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개를 데리고 등산하는 등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 등도 비일비재하다. 흡연과 화기취급 부주의에 따른 산불발생으로 애써 가꾼 숲이 수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산악회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유원지나 산 계곡 등으로 놀러온 유산객(遊山客)들의 음주와 가무 등의 추태 도 이젠 모두 변해야 할 등산문화다.

산림청에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84%가 자연환경이 너무 훼손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 이유는 46%가 등산객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산림의 훼손방지를 위해서는 강제적 제한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응답은 18%였고, 산은 누구에게나 개방해야한다는 의견이 73%에 달했다. 유산객이나 등산객 때문에 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으나, 등산활동은 제도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즐기려고 만하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등산정책이나 등산문화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등산로 정비와 시설물 설치 등에는 적극적인 반면 등산객들의 친환경등산문화 정착. 등산예절. 산악안전 교육 등에는 소홀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대대손손 아름다운 자연에서 등산을 즐기기 위해서는 산행질서, 등산예절 등을 지키는 올바른 등산문화 정착에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고만해야할 현안이다.

등산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자연생태계파괴, 그리고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각종 개발과 도로개설 등으로 인해 산림이 급속하게 사라지면서 지구의 온난화와 물 부족 등으로 전 인류가 멀지않은 장래에 건강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등산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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