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6. 2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 유정현
  • 승인 2010.05.1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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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에 치러지는 제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오늘부터 정식 후보자 신분으로 거리에 현수막을 내걸고 가두 유세도 벌일 수 있다. 후보자들 저마다 지역발전을 위해 준비한 야심찬 공약들을 들고 본격적으로 시장과 주택가를 누빌 것이다.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과 지근거리에 있는 지역의 살림꾼들을 뽑는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총선이나 대선 못지 않게 중요한 선거이다. 정치학 관련 이론서의 고전으로 꼽히는 근대민주정치(Modern Democracies)를 쓴 저명한 영국의 정치학자 J. 브라이스는 지방자치를 일컬어“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요성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은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2002년에 치러진 제 3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48.9%에 머물렀고, 2006년 제 4회 선거 투표율도 51.6%에 그치는 등 투표율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 총선이나 대선에 비해 10~20% 정도 낮은 투표율이다. 지방선거가 임박하면 언제나 ‘역대 최저 투표율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왜 유독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어느 새 만성화 되어 버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비리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종국에는 무관심으로 귀착된 것이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되는 거대담론 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그러나 중요한) 공약들이 제시되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이슈의 파급력 면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더욱 어렵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선거 종류나 정당을 떠나 모든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제대로 일하는 지역 일꾼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언제나 주민의 편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훌륭한 지방의회의 의원들도 많지만, 아직은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자치조례의 제·개정을 통해 완성되는데, 실제로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회 의원 중 임기 4년 내내 조례 한 건 발의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뽑아 봤자 이권에나 개입하고 본연의 책무는 소흘히 한다는, 이 두 가지 비판이 이른 바 지역일꾼 무용론이다.

사실 유권자의 무관심과 지역일꾼 무용론은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유권자의 무관심이 자격 없는 지역일꾼의 당선을 방조한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격 없는 지역일꾼들이 유권자의 무관심을 초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인식하고 이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다. 물론 그 키(key)를 쥔 쪽은 유권자다.

필자 역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에 깊은 책임을 느끼지만, 정치가 싫어질수록, 일꾼들이 나태할수록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유권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유권자가 바로 주인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먼저 지역 일꾼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래야 비리의 여지가 줄어들고 진짜배기 일꾼들이 지방자치 기구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다. 요컨대 주인이 바로서야 대리인(정치인)도 바로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일꾼 스스로가 높은 도덕성으로 재무장하고 지역 현안에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면, 주인과 대리인이 밀착 호흡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 빨리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장 자끄 루소는 ‘영국의 시민들은 투표하는 날만 주인이 되고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한 말이지만, 이를 비판한 루소 역시 현실적 관점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효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선거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지난 4년을 평가하여 투표하고, 향후 4년을 바라보고 투표하자.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유정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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