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채 남원문화원장> 천안함 사태와 함께 묻혀가는것들
<이병채 남원문화원장> 천안함 사태와 함께 묻혀가는것들
  • 이수경
  • 승인 2010.05.1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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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은 길고 긴 한 달이었다. 일기예보는 언제부터인가 백령도 날씨를 우선 전했고 TV는 어김없이 백령도를 비추고 있었다. 온통 천안함이었다. 3월 26일 오후 9시 22분부터 시작한 천안함 침몰과 함께 이전에 진행되던 모든 것들이 올스톱 돼버렸다. 병사들의 생존가능성 실종자 가족들의 애끓는 아픔, 군의 석연치 않은 발표내용 등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침몰 원인... 이런일들이 두달째 언론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와중에 발생한 이슈들은 곧장 비명횡사했다. 천안함 침몰전의 이슈들도 잊히고 묻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최대수혜자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라는 말도 있었다. 봉은사 외압설 의혹으로 사퇴가 종용되었지만 천안함 사태로 인해 사퇴설은 일단락돼 버린채 임기를 마쳤다. 그뿐만 아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사건과 이로 말미암은 MBC파업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나마 한명숙 전총리 사건 무죄선고는 조명을 받았으나 정치 검찰의 오명을 어떻게 풀것인지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스폰서 검사 논란이 이제 와서야 뒷심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다가오는 6.2 지방선거도 그들만의 잔치판이 될 것으로 본다.

하다못해 천안함 사태 직전 언론을 달군 김길태도 완전히 사라졌다. 정부는 김길태를 우리와는 상관없는 괴물로 만들어 사회문제에 눈돌릴 틈을 주지 않더니 천안함 정국에서는 한주호 준위를 영웅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분노를 승화하기에 바빴다. 불리한 정국을 한주호라는 영웅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천안함 보도도 이상한 뉘앙스를 띠기 시작했다. 천안함의 병사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애국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묻혀만 가던 것들이 스스로 계기가 마련되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검찰 스폰서 의혹사건 진상 조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개혁 방안에 관한 목소리가 여권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MBC파업은 노조원에 대한 무더기 징계 등으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남 일부지역에 벌어지고 있는 주먹구구식 보상 지급 사건 등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북풍은 역대선거에서 선거판을 뒤흔드는 주요변수로 작용해왔다. 케이오 직전의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도 ‘북풍’ 한방이면 단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운터펀치인 셈이다. 평화의 댐사건 등 온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무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입증되기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그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펀치가 없다는 점에서 북풍은 그야말로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호소하고 애원하던 보레아스가 자신의 포악한 본모습으로 돌아간 것과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잔인한 북풍의 신 보레아스를 기억하고 루벤스 같은 걸출한 화가가 그 모습을 그려 오늘날까지 남겼듯이 우리국민들도 이제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열한 행위를 서슴치 않은 그들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국민은 천안함 침몰과 해군장병 46명 전사라는 초유의 비상사태에 우왕좌왕 하는 군과 정부에 대해 의혹과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이끌려면 무엇보다도 사태의 진상을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려야 한다.

요즘 나도는 ‘천암함괴담’도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당국의 조사결과 천안함이 외부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좌초설, 우리해군 기뢰 폭발설 심지어 우리 해군이나 미군의 오폭설 같은 괴담들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과가 크게 주목되는 사건이므로 당국의 정확한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단호한 조치 등 정부가 취해야할 중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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