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문학평론가> 가정의 달 유감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문학평론가> 가정의 달 유감
  • 이수경
  • 승인 2010.05.10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란 1년 열 두 달 소중한 것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딱히 5월 한 달을 가정의 달로 정해놓은 자체가 못마땅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가정의 달 취지는 5월만이라도 가족끼리 오손도손 대화도 나누고, 가까운 나들이도 하여 더욱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자는 것일게다. 가정의 화목이 사회안정과 국가 발전의 작은 밑거름이 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푸르른 5월에 실시되는 각급 학교의 중간고사는 가정의 달 의미를 무색케 한다. 대부분 학교가 연휴나 일요일 사이에 시험일을 배치한 때문이다. 학교는 이 가정의 달 5월에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가?

어느 학생은 신문 독자투고에서 그러한 중간고사 일정을 지적하며 “시험문제를 이미 낸 선생님들만 휴일을 편하게 보내려는 것이냐” 묻고 있다.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민망하고 난감한 문제제기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4교시까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 4과목이어서가 아니다. 중간중간에 자율학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고교의 경우 청소하고 종례를 마치면 대개 오후 1시 30분쯤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학교에서 급식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점심을 먹으면 아무리 빠른 경우라도 오후 2시가 지난 시간이다. 더러는 그 사이 라면이나 빵 따위로 고픈 배를 채우기 일쑤이다.

군것질 따위로 인해 점심을 거르거나 늦어진 불규칙한 식사가 알게 모르게 건강을 해침은 물론이다.
거기엔 우리 학생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뿌리 깊은 불신이 스며 있다. 공부는커녕 놀기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나쁜 짓까지 저지를 것이란 불신 말이다. 언제나 그런 불신이 사라질지 답답할 뿐이다.

이제 분명해졌다. 제발 가정의 달을 피해 4월 하순께 중간고사를 치르되 늦어도 정오쯤엔 끝내기 바란다. 지금처럼 4교시까지 진행하려면 학교에서 급식을 해야 맞다. 바로 가정의 소중함과 그 중심축이라 할 우리의 자녀들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한편 고작 30명 정도 학생의 시험감독을 교사 2명이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컨닝을 할 것이라는 예단이 아니고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무릇 시험에서 학생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요컨대 학교가 학생 전체를 지레짐작으로 범죄자 취급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컨닝은 감독 교사가 2명이건 1명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둘만하다.

또 범죄자라 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진 죄인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무엇보다도 대수롭지 않은 듯 학생들을 기분나쁘게 하면서 그들에게 바람직한 학교생활이나 스승의 권위 따위를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전보다 조금만 더 열린 생각으로 우리들의 자녀인 학생들을 바라보자. 어른들은 틈만 나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공부 때문 이 가정의 달의 의미를  뒤엎어버리는 학교의 중간고사 실시는 정말이지 ‘왕소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