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횡포, 표로 심판하자
정당의 횡포, 표로 심판하자
  • 신환철
  • 승인 2010.05.06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과 관련하여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경선을 위한 원칙이 수시로 뒤바뀌는가 하면 합의한 일정조차 무시되는 일이 허다하다. 아주 작은 계모임에서 조차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소위 민주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에서 계속되면서 주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쟁점이다. 지방자치의 선진국에서도 지방선거에 정당표방 정도는 허용되지만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한 경우는 많지 않다. 중립적이어야 할 자치행정이 정치에 오염된다거나 생활자치이어야 할 지방자치가 중앙정치권의 지역기반으로 전락되는 위험성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려했던 상황이 민주당의 공천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중앙당의 과두제적 지배와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당공천은 애초부터 무리였지만 이번처럼 망신창이가 된 적도 없는 것 같다. 중앙정치권은 당권과 대권의 세력다툼으로, 지방정치권은 다음 선거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성으로 정당공천 자체가 파행을 거듭한 것이다.

본래 정당공천의 취지는 유권자가 입후보자에 대해 선택이 유리하도록 사전에 후보자를 엄히 검증하고 공정한 경선을 거쳐 선택된 인물을 내세우는데 있다. 특히, 8명이나 되는 많은 후보를 선택하는 금번 선거에서는 정당의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경선과정이 필요하다. 정당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신화에 매몰된 민주당이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보여준 오만한 행태는 그동안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준 도민에 대한 횡포 그 자체이다.

지방정치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서로 아랫목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들이 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했다가 일부는 불공정을 내세워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주민들의 대표를 뽑는 지방선거가 주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권 인사들 그네들만의 승리를 위한 싸움터로 전락되어 버렸다. 민주당의 횡포에 대해 주민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한 한나라당도 전북지역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선거공약과 정책은 실종되고 오로지 인지도 제고를 위한 인기몰이식의 선거전략만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공천과정의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기업에서는 불량품 하나로 리콜과 최고 CEO의 사죄는 물론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신뢰성과 공신력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민주 정당이 공천과정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잡음에 사죄는커녕 유권자에게 막무가내식으로 기표를 요구하는 횡포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유권자의 선거혁명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매번 되풀이 되는 특정정당의 후보에 몰표를 몰아주면서 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은 챙겨보지도 않는 묻지마식 투표행태가 민주정치와 지방자치의 근본을 해치고 그 결과가 우리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만이 정당의 횡포를 막아낼 수 있고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를 살릴 수 있다. 이제는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신환철 전북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