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6.2 지방선거는 이제 유권자의 몫
성숙한 6.2 지방선거는 이제 유권자의 몫
  • 최낙관
  • 승인 2010.05.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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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선거의 열기 속에 휩싸여있다. 이러한 열기는 우리지역 전라북도에도 예외가 아니다. 유권자가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후보자들은 명함을 들고 나타나 경쟁적으로 자신을 알리고자 동분서주하며 어떤 상황이든 아랑곳 하지 않고 지지를 호소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득표극대화와 당선을 향한 후보자들의 노력은 선거자체가 그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선거에 대한 열기가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만을 노리는 후보자들의 법질서 해이와 그들을 투표로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도덕 불감증에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6.2 지방선거를 31일 앞둔 이날 현재 선거법위반 단속건수는 2,119건으로 4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1% 줄었다고 밝혔다. 선거별 위반건수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872건, 기초의원선거에서 806건의 위반사례가 접수됐으며 광역의원과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각각 292건과 87건이 적발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물론 2006년 지방선거 당시 3653건보다는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큼 적은 숫자도 아니다. 게다가 돈 선거와 직접 연관된 금품 및 음식물 제공 적발건수가 617건으로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원과 지지를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후보자와 이를 이용해 손 벌리는 유권자의 ‘불편한 동행’이 여전히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우리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즉 표를 사려는 후보자의 근시안적 불법이 칠순잔치, 산악회, 부녀회 등을 통해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문화의 고질적인 돈 선거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재현되고 있다.

공천비리 또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선거비리의 단골메뉴 중 하나이다. 이번에도 선관위는 공천 명목으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방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바 있다. 공천헌금과 관련해 정치권에는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자가 7억 원을 당에 주면 공천을 따지만 6억 원을 주면 떨어진다는 ‘7당 6락’이라는 씁쓸한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 악습의 폐해가 크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천헌금을 주고받다 적발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당사자 간에 은밀하게 이루어져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감독을 해야 할 선관위도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제도는 국민과 주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하는 ‘대의의 대행’이라 할 수 있다. 선거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특권과 권력만을 향유하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정치무대에서 도태당할 수 있다. 즉 선거권이라는 틀 내에서 유권자는 정치후보자들을 합법적으로 선택하고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자임에 틀림없다. 이점에 동의한다면, 의식 있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투표행위가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예비정치인들을 선택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정치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중요한 제어장치인 셈이다. 원론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는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을 우리의 안녕과 지역발전을 위해 조련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들이 선거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참여하지도 않는 무임승차를 원하거나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도덕적으로 해이해 진다면 누가 어떻게 이들을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반복된 선거 속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왜 그리 중요한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금권혼탁선거가 우리 곁에 있는 한, 그 결과와 책임을 우리 스스로가 짊어져야하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지역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과제는 유권자들이 습관화된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 수레바퀴를 바로 돌릴 수 있는 성숙한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라고 생각한다. 크게는 대의민주주의를 위해, 작게는 지역발전을 위해 자격 있는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건강한 정치ㆍ사회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때, 최고를 향한 우리 지역 전라북도의 희망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선거가 우리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역사적 선택이기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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