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떨어지는 쌀값에 날개를 달자
<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떨어지는 쌀값에 날개를 달자
  • 이수경
  • 승인 2010.05.0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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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라는 말을 종종 하신다.

씻나락은 뭐고 귀신이 왜 이걸 까먹는 걸까? 그 연유는 이렇다. 농부가 싹이 나길 기다리며 뿌린 씻나락. 그런데 싹이 나지 않으면 귀신이 이 씻나락을 까먹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씻나락을 지키고 서서 바람 소리에도 화들짝 놀래는 농부를 향해 "말도 안되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하라"고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이처럼 예로부터 애지중지하게 여긴 쌀이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다.

왜냐하면 새로 수확한 쌀의 공급이 끊겨 쌀값이 올라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거침없이 떨어지는 등 끝없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곡 80kg들이 한 가마의 산지 가격은 2009년 수확기 14만2,852원에서 13만9,091원으로 12%인 3,800원 하락했다. 벼(40㎏)값도 수확기 4만4,450원에서 4만2,633원으로 15% 내렸다.

단경기에 접어들어서도 쌀값이 떨어지고 있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농민들은 이러다가 벼 40㎏ 한 가마에 3만6000원대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쌀값하락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최소시장접근(MMA)물량 의무수입 합의에 따라 올해도 외국산 쌀을 30만t 넘게 수입해야하는 실정이다. 쌀이 남아도는데 쌀을 수입해야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더구나 식생활의 변화로 쌀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으로 전년 대비 1.8㎏(2.4%)줄었다. 1984년 130.1㎏ 이후 매년 쌀 소비량은 급감추세다.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소비량이 줄다 보니 창고에 쌀이 넘쳐 나는 것이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소주의 주정으로 쓰는 쌀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주정은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순도 95%의 알코올로 쌀과 보리,고구마,타피오카 등을 발효시켜 만든다. 이를 소주회사가 사들여 물을 타서 소주를 만든다. 국세청과 주류산업협회는 지난 13일 소주 주정 원료 중 쌀의 비율을 지난해 13%(9만5000t)에서 올해 33%(22만4000t)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쌀 소비를 촉진하기위해 쌀을 원료로 한 다양한 식품 개발을 유도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정부는 현시점에서 일시적으로 과잉 생산된 물량을 정확히 산출할 필요가 있다. 쌀 수요는 안정적이므로 쌀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시장격리를 통한 총 공급량을 조절해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 23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쌀값 하락 및 수급 불안에 대한 대책으로 시장의 잉여물량에 대한 격리와 논에 벼 이외의 타작목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해 ha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시장유통 물량 중 20만톤을 격리키로 하고, 이를 위해 우선 5월에 10만톤을 매입한 후 나머지 물량은 시장가격 상황에 따라 추가로 매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1980년대까지 쌀 수출국 이었던 필리핀은 세계 최대 쌀 수입국 중 하나가 되었다. 쌀을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키지 못하여 2008년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해 쌀 배급을 둘러싸고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자기가 먹을 쌀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은 셈이다. 우리도 쌀 수급 조절을 잘하여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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