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후보에게
교육감 후보에게
  • 이한교
  • 승인 2010.04.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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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대부분 사학재단(중학교 20%, 고등학교 80%, 전문대 95%)으로 이뤄져 있는 교육 여건을 보면 사학의 비리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가름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감 후보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후보들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다만, 후보 간에 지금 설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과 그래도 이들 중 누가 교육현장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지 지켜보는 정도다. 그러나 예전과 다르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공약을 남발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두루뭉술이다.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선 앞 다투어 쏟아내는 공약에 벌써 지쳐버렸다.

진정으로 전북교육을 위한다면 정책 대결도 중요하지만, 교육현장으로 나가보길 희망한다. 무엇이 중요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고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주어진 예산만 가지고 무엇을 먼저 하겠다는 편안한 발상은, 우리의 교육 현실이 대부분 사학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하는 얘기 같다.

5년 전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에 있는 한 사립 여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낡은 책상과 벗겨진 페인트, 제초시기를 놓친 잡풀이 무성한 운동장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송천동에 공립인 S고등학교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교무실은 콩나물시루같이 옹색하지 않았다. 교실 또한 낡고 우중충하지 않고 밝았다. 물론 새로 건축한 경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환경은 너무도 달랐다. 학생과 교사들의 표정에서 자긍심과 여유로움을 보았다. 그리고 더욱 친절했다. 바로 이것이 교육환경에서 오는 차이이라는 것이다.

좋은 교육환경이야말로 자신감과 끝없는 애국심을 배양한다고 본다. 열악한 환경에서 배운 학생 일부는 부정적이고, 배타적일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해결능력보다는 쉽게 포기하고, 합리적이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등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개인에게 행운이며, 나라의 밝은 미래라는 것이다.

투자 없는 교육의 백년대계는 무의미하다. 학교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학이,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할 때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훌륭한 사학설립 선조가 그랬듯이, 어머니가 자녀를 보는 그윽한 눈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자신의 몸처럼 학교를 사랑할 때 우리의 미래가 담보된다는 얘기다.

얼마 전 이름과 주인이 바뀐 동산동에 있는 J 여고를 다시 찾아가 보았다. 35억여 원의 개인재산을 털어 투자했다는 학교는 모든 것이 ‘확’ 바뀌어 있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하는 새 주인은 의미 있는 곳에 투자할 줄 아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었다.

운동장엔 천연 잔디가, 울타리엔 울창한 소나무 숲이, 교실 앞뜰엔 아름다운 정원이, 교실은 밝고 깨끗했다. 교무실은 층마다 만들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가정처럼 꾸미고 가꿔놓았다. 4월의 교정엔 봄꽃들이 가득했다. 아마 학생들은 날아드는 나비와 벌을 보며 살갗을 간지럽게 하는 그윽한 향기를 꿈결처럼 느낄 것이다. 낭만을 충전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 것이다. 또한, 교사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활력을 얻을 것이다. 사랑으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힘 있게 열강 할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잠시 산책하는 휴식공간으로 학교를 이용할 것이다.

사학은 우리의 미래다. 따라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투자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할 때까지 그 당위성을 설명해줘야 한다. 잘못된 제도를 탓하기 전 전북 교육의 수장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무능하고, 왜곡된 교육감이 아니라, 발로 뛰는 머슴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실력과 언변을 무기로 학생과 학부모를 속이는 교육감이 아니라. 뚝심 있는 일꾼이어야 된다는 얘기다. 거짓으로 위장한 정치인 같은 후보가 아니라, 모범적인 학생의 아버지이며, 존경받는 교사들의 진정한 선배로서 미래 지향적인 교육감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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