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기술자들과 부실 하수도공사
삼류 기술자들과 부실 하수도공사
  • 김진
  • 승인 2010.04.26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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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진나라에 예양(豫讓)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앞서 두 명의 군주를 섬겼으나 명성을 얻지 못하다가 <지백>에게 중용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지백이 <조양자>에게 멸망하자, 예양은 자신을 키워준 주군의 원수를 갚고자 궁중의 변소 치우는 잡부로 가장해 조양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주군의 원수를 갚으려 했다는 자백에 조양자는 그 충정과 의로움을 높이 사 풀어줬다. 그러나 예양은 다시 몸에 옻칠을 하고 피부병 환자로 가장해 길에서 암살하려다 또 실패한다. 이에 조양자가 꾸짖는다. ‘그대는 지백 이전에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고, 그 둘을 지백이 멸했다. 한데 어찌하여 그 둘의 원수는 생각지 않고 지백 만을 위해서 나를 죽이려 하느냐?’ 이에 예양이 답하길 ‘내가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으나, 그들은 나를 평범하게 대우했기에 나 또한 평범하게 보답했다. 그러나 지백은 나를 국사(國士)로 중용했기 때문에, 나 또한 국사답게 그에게 보답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예양의 굽히지 않는 결심을 본 조양자가 죽기 전의 마지막 소원을 묻자, 당신의 옷이라도 베어 주군의 원수를 갚고 싶다고 한다. 갸륵히 여긴 조양자가 자신의 옷을 벗어주자, 예양은 그 옷을 몇 번 찔러 죽은 주군의 원수를 갚은 셈치고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 가신을 길러 만드는 군주

새삼스레 예양의 고사를 꺼낸 것은, 요즘 정치권에서 무너져가는 도의와 막장드라마 같은 이합집산의 행태가 너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지역위원장들과 지역정치인들의 관계는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주군에게 목숨으로 보답하려는 가신이라든지, 인재를 알아보고 길러낸 주군 사이의 <신의> 같은 것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명색이 제1야당의 경선이 ‘마음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은 아닐 진데, 기초와 광역단체장, 그리고 기초와 광역의원의 경선방식을 입맛대로 다르게 적용하니 그 이유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역의 인재발굴은 뒤로 미루고, 지역위원장들의 의중에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을 채택하기 위함이 아닌가! 결국 일관성 없는 경선방식에 모두가 승복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예비후보들이 반발하면서 여러 형태의 볼 쌍 사나운 꼴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 삼류 기술자들의 하수도공사

70년대에 야당지도자였던 이철승 前 국회의원은 ‘종교는 상수도 공사요, 정치는 하수도 공사다.’라고 했다. 6.2지방선거를 앞둔 하수도공사판을 보면 인부들이 삼류가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정치역정과 국정을 같이해온 ‘동지’라는 사람들이 시류에 따른 변신과 도의에 어긋나는 처신을 일삼는 것을 보면, 삼류가 문제가 아니라 내장이 역류할 지경이다. 가신임을 자처하며 오랜 세월을 주군처럼 모시다가도, 공천장이 날라 가면 서로를 헐뜯어 발겨내는 치졸함을 드러내니 구역질이 날 수밖에 없다. 하기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관계성립 자체가 철학이나 의리가 아닌 공천장 하나로 맺어졌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가진 사람에게 공천장이 필요한 사람이 붙었을 뿐인데, 그 연결고리가 끊어졌으니 무엇이 남겠는가! 그래서 유권자만 서럽고, 슬프고, 아프다. 정치한답시고 나서는 이들과 유권자 사이에도 <표>만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둘 사이에 <표>라는 매개체가 사라진다면 유권자 역시 용도폐기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도민들은 모처럼 전북에서 정계의 큰 인물이 둘이나 났다고 기대했더니, 두 정(鄭-丁)씨는 같은 黨이되, 동지가 아니다. 덩달아 지역정치인들 역시 두 정씨를 사이에 두고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하수도공사라는 정치판에서 하나로 힘을 모아도 아쉬울 삼류 기술자들이 그나마 두 패로 갈린 것이다. 우리지역의 전반적인 하수도공사가 이 지경이니, 도민들이 배출한 오물과 폐수는 어찌 치워야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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