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용 전주아중중 교감·시인> 전북의 학력, 제대로 말하라
<김판용 전주아중중 교감·시인> 전북의 학력, 제대로 말하라
  • 한성천
  • 승인 2010.04.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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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1.9%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이제 막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나라가 더 부자일까? 경제 성장률로 경제 수준을 나타낸다면 중국이 분명 미국보다 더 잘 살아야 옳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다는 중국의 국민소득 수준은 7천 달러 내외로 세계 84위에 불과하다. 4만 달러가 넘는 세계 3위의 미국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다.

얼마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역별, 지역별로 2010년도 수능 성적 기초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언어, 수리가, 수리나, 언어영역 중 각각 1, 2등급과 8, 9등급이 대상이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보고는 해석들이 분분하다. 우선 성적 공개 자체가 잘못됐다는 측이다. 이런 공개를 통해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교육철학에 관한 부분이니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북의 성적이 꼴찌라고 난리다. 꼴찌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1, 2등급 비율 증가율 순위와 8, 9등급 감소율 순위가 하위권에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1, 2등급 증가 비율은 언어(-0.3%), 수리가(-0.3%), 수리나(-1.6%), 외국어(-0.5%) 등 모든 영역에서 낮아졌고, 8, 9등급 증가 비율은 언어(1.8%), 수리가(1.9%), 수리나(1.6%), 외국어(2.3%) 등 모든 영역에서 높아졌다. 그러니 성적이 전년도에 비해 하락한 것은 확실하다.

전년도 성적에 비해 낮아졌다면 그게 학력 최하위가 되는 것인가? 작년 4월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와 달리 수학능력시험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여기에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수능의 영역별, 지역별 성적이 드러나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전북의 성적은 그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전국 9개 도권역 중 최상위권이다. 1등급에서 4등급까지 상위권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수리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에서 2, 3위에 랭크돼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한 전북의 수능 성적의 위상은 어떤가? 발표된 1, 2등급 비율 기준으로 보면 언어(3위), 수리나(3위), 외국어(3위) 등에서 여전히 높다. 단지 ‘수리가’(9위)가 유난히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학교에 있기보다는 대학입시에서 찾아야 한다. 도내 대학들이 어려운 ‘수리가’보다 ‘수리나’를 선택해도 이공계열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운 ‘수리가’를 피해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자료를 보려면 제대로 봐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 번만 살펴봤더라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발표를 가지고 ‘전북 학력 꼴찌’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잘못 알고 있는 정보로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교육가족들의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선생님들의 사기가 곧 실력향상의 에너지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아무리 선거가 있다고 하지만, 이미 퇴임한 지 4년이나 된 교육 관료들에게 이번 성적 하락의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자,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어떻게 2009년도 수능에 비해 하락한 성적이 그들의 책임인가? 또 성적을 올리겠다고 부랴부랴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것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2010년 성적이 전년도 성적에 비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북의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다면 지금 중국이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여야 맞다. 수능시험의 등급별 비율이 학력의 척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그리고 성적만으로 교육의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보다는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품성이나 위기 대처 능력, 지도력 등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지, 전북의 학력이 최하위라는,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함부로 함으로써 대다수 교직원들은 물론 한창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상처와 불안감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래도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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