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능성적 공개가 준 교훈
14일 수능성적 공개가 준 교훈
  • 한성천
  • 승인 2010.04.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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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서열화해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학교교육을 무한경쟁사회로 함몰시킬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학력증진을 위해선 공개해야한다.’

그간 교육계 안팎에서는 수능성적과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공개, 서울대 등 유명대학 합격자 수 공개 등을 놓고 ‘부정’과 ‘긍정’의 논리를 앞세워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러나 ‘줄다리기 균형’이 깨지고 있는 양상이다.

교육계에서 숱한 논쟁을 일으키며 법정 소송까지 갔던 수능성적 및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공개 여부가 1년여 만에 모든 자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능성적이 공개됐다. 교과부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도 한 몫 거들었다. 전북도민들도 공개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희석되어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성적공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를 수용하는 도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게 현실이다.

4월 14일. 전북 교육계와 도민들은 ‘2010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결과’ 공개로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전국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도민들이다. 심기일전(心機一轉). ‘내년에는 나아지겠지’라고 자위하며 2010년을 맞았다. 그렇지만, 이날 공개된 전북의 수능성적표는 또다시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말았다. 최상위등급(1등급) 비율은 줄고 최하위등급(8·9등급)은 늘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도민들의 시선은 전북교육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원망의 기운마저 감지된다.

더욱이 교육감선거(6월2일)를 49일 남겨놓은 시점에 공개돼 각 지역별로 결과에 따른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후보들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포문을 열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도민들은 후보들의 입에, 손짓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이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5명의 교육감선거 예비후보를 해부해야 한다. 진정으로 전북교육의 학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인물로 누가 적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력증진은 교육감 혼자 해결가능한 문제는 절대 아니다. 전북지역 2만4천여 교직원과 31만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 학력증진에 매진할 수 있는 교육가적 안목과 풍부한 현장경험, 그리고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 한다. 전북도민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전북학력증진은 교육감-교직원-학생-학부모 ‘사위일체(四位一體)’가 이루어질 때, 학교별 학력증진은 교장-교직원-학생 ‘삼위일체(三位一體)’ 때 가능하다.

전북지역에서 특정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교 내 활기를 되찾고, 학력이 상승한 학교가 있다. 교장의 마인드가 조직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이라는 단순논리를 확인시켜 주는 실례다.

이제 전북도민들은 눈높이를 수정해야 한다. 성적공개를 하면 마치 공교육이 붕괴될 것처럼 여겨 무조건 꺼리기보다는 전북교육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요즘 전북지역 학부모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학교라도 내 아이가 원하는 상급학교를 못 가면 좋은 학교가 아니다. 반대로 모두가 수준 낮은 학교라 평해도 내 아이가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그 학교는 훌륭한 학교다’라고.

<한성천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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