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들들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우리의 아들들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 김복현
  • 승인 2010.04.14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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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역사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강다리를 폭파해 피란길이 끊기자 수많은 국민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믿을 수가 없는 거짓으로 들리게 되며 어디로 가야 살아남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때 어쩌면 불신 유전자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이후 산업화에 따른 빈부격차, 사회 지도층의 부도덕, 정치인들이 증폭시킨 지역갈등, 외환위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등 믿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 의심하고 배척하는 심보가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우리 앞에 또 다시 그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 되고 있다. 온 국민을 경악과 비탄에 빠뜨린 천안함이 백령도 앞바다에 잠긴 그날 밤 나라전체가 바다에 침몰하는 모양이 되었다.

불신과 신뢰의 쌍곡선이 있는 가운데 천안함 침몰사고를 놓고 아직도 그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온 나라가 긴장상태이며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당하고 있는 아픔은 사랑하는 실종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듯하여 온 국민이 숙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직접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이 이렇게 큰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냉철한 자세로 국민에게 밝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먼저 희생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국민들은 백령도 앞바다에서 끌어올릴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의 아들인 실종자와 천안함을 건져 올려야 하고 천안함 침몰에 대한 진실을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백령도 앞바다에 던져진 불신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불신의 뿌리가 남겨지지 않도록 믿음의 사회, 신뢰받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들과 천암함이 우리에게 보낸 마지막 구조요청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국가적인 큰 어려움이 있을 때는 다 같이 마음을 같이하고 차후에 이어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어야한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순결한 미덕을 발휘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세계가 인정해주고 있듯이 이번에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국민들은 침통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았다. 이와 동시에 지금 꼭 해야 할일들이 있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성심껏 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하여 경제인들이 엉뚱한 일을 하고, 학자가 학문을 포기하고, 의료인이 의료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그래서 오락성 축제나 방송프로그램이 자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자세라고 본다. 며칠 전에 왜 전국노래자랑을 방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은 우리의 젊은 생명이 차가운 바다 깊은 곳에 있는데 그 아픔을 이해하고 자숙하는 성숙된 국민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기에 방영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하니 비로소 이해를 한다. 이처럼 어려움이 있을 때는 누군가가 국민들과 대화를 통하여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들의 몫이고 국민의 도리라고 본다.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에 앞장을 서야하는 분야가 바로 정치권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지금 6.2지방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 국민에게 궁금증을 풀어준다고 하면서 관계자와 책임자를 불러 세우고 정쟁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국민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희생자들의 영혼을 안아주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의견들이 더 많이 제시되었더라면 박수를 받았을 텐데…

우리는 4월이 되면 언제부터인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꽃 피는 아름다운 달이다. 꽃다운 젊음을 나라를 위해 바친 그 정신이 꽃처럼 피어 두 번 다시 국가적 고통이 없는 나라,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의 이웃이 없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그리고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는 국민을 신뢰하는 대한민국이 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바람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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