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 박기홍
  • 승인 2010.04.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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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보다 희망, 답보보다 전진 선택해야"
전북애향운동본부는 국내 최고(最古)의 시민단체(NGO)다. NGO 개념조차 희박했던 1977년에 출범해, 올해로 33주년을 맞기까지 질곡으로 점철한 전북 현대사를 웅변해 왔다. 창립 멤버인 임병찬 총재는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지난달엔 10대 총재로 재추대돼 변화와 혁신을 조율하는 지휘봉을 다시 쥐게 됐다. 8대 이후 세 번째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임 총재는 애향운동본부가 도민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새만금과 LH 본사 유치와 같은 현안 사수에 지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변했다. 미래가치를 지향하며 변화와 혁신의 조직 수술을 집도(執刀)했다. 그를 만나 애향운동본부의 향후 방향과 역점사업, 고향사랑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근황은 어떠십니까.

▲몸도 바쁘지만 마음이 더 바쁩니다. 천안함 침몰과 구조 활동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하고, 낙후 전북 현실을 보면 답답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여러 문제가 봄눈 녹듯 녹을 수 있을까,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중책을 또다시 맡아,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8대 이후 세 번째입니다. 그동안 적당히 세월만 보내려 했다면 마음이 가벼웠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심장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양 어깨에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고향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라는 도민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생각하고 미력하나마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변화와 혁신을 주창하셨죠?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발전해 가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발전을 위해선 창조와 혁신이 중요하지요. 애향운동본부 역시 국내 최고의 NGO라는 33년 역사만 자랑해선 안 됩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도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없습니다. 도민 의식 역시 폐쇄적이며 보수적이고 소지역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조건입니다.

-애향운동의 일환으로 도민의식 개혁을 많이 강조해오셨습니다.

▲시대는 21세기인데 의식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면 자연히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전반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민들이 깨어 있어야 전북이 희망을 꿈꿀 수 있지요. 새벽을 보기 위해선 어둠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기적이며 배타적인 사회에 새벽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아집과 곡해로 얼룩진 사회에는 이해와 조정의 미래가 다가오지 않는다. 전북은 유독 진정과 투서가 난무해 왔습니다. 그래서 애향운동본부 차원에서 의식개혁을 주창했고, 소지역주의 극복과 ‘전북 새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현재를, 절망보다 희망을, 답보보다 전진을 선택해야 합니다.

-새만금과 LH 본사 유치 등 현안에 도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LH 본사는 반드시 전북에 와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소득이 낮은 곳에 본사를 배치해 국가적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전북의 1인당 지역총생산액(GRDP)은 전국평균의 8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절대낙후지역이지요. 새만금 역시 속도전이 중요합니다. 새만금과 같이 출발한 중국 푸동(浦東)지구의 경우 8년 만에 완료했습니다. 2006년부터 개발한 빈하이 신구는 중국의 3대 성장축으로 우뚝 섰습니다. 중국은 거대 프로젝트의 속도전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새만금을 10년 앞당기라 했지 않았습니까. 2020년 안에 계획대로 반드시 내부개발을 끝내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역할론에 방점을 찍고 계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전북 등 낙후지역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SOC 투자나 국가예산 배정, 각종 정부시책에 있어 지금의 인구 중심 잣대를 들이대면 절대 안 됩니다. 발전이 늦고 소득이 낮은 지역에 국가적 투자를 우선해 그 격차를 줄이고 균형발전을 촉진해야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가속화를 막지 않으면 국민통합도 점차 멀어집니다. 미국과 일본 중심의 경제교류에선 경부축이 중심이 됐지만 지금은 환황해권 시대입니다. 세계경제의 축이 중국 동해와 한국의 서해인 황해로 귀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역점적인 개발 축도 당연히 전북 서해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독 인재육성을 강조해오신 배경이 무엇입니까.

▲전북은 산업화와 정보화에서 모두 뒤졌습니다. 인재육성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지요. 사람이 재산이고 유일한 희망입니다. 총재 취임 이후 장학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기금 확충에 혼신을 다했지요. 애향장학기금이 종전의 15억 원에서 현재 27억 원 정도로 불어났으니, 약 11억 원을 더 불린 셈이지요. 지난 19년 동안 매년 5천만 원을 출연한 전북은행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장학생은 약 3천 명에 달하고, 사법·행정고시를 포함한 각종 국가고시에 합격한 학생도 45명에 이릅니다. 앞으로도 기금 확대에 주력할 것입니다. 인재육성, 이 길만이 전북이 살길이지요.

-그런데 요즘 청년실업난이 심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우울합니다. 일자리 창출은 곧 대기업 유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삼성은 금융과 유통업 분야에서 전북의 막대한 자본을 끌어가면서도 번듯한 제조업 공장 하나 전북에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왜 광주만 해도 삼성전자가 있지 않습니까. 삼성은 전북 자금만 빨아들일 게 아니라 생산적인 제조업 공장을 세워, 초일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그룹 수뇌부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지역발전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 주십시요.

▲‘전라도 개땅쇠’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려조 470여 년과 조선조 500여 년을 거치면서 전라도는 이 말로 비하됐지요. 서울에서 대학에 다녔던 60년대 초반의 젊은 시절, 구두닦이 등 허드렛일을 하는 많은 사람이 전북 출신임을 알고 절망과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고향이 못살면 후배들이 고생한다, 그래서 내 고향 발전을 위해 애향운동에 참여하게 됐지요. 그 세월이 어언 33년 흘렀습니다. 제가 기자로 처음 입사했던 1965년 2월, 전북의 인구는 260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187만 명 정도입니다. 40여 년 동안 전주와 완주, 김제 3개 시·군에 해당하는 인구가 빠져나간 셈이지요. 이제 ‘돌아오는 고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애향운동은 곧 지역발전이고, 이는 나아가 국가발전이랄 수 있지요. 지역발전을 위해선 ‘조건이 없다’는 신조를 갖고 있습니다.

-향후 역점사업을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첫째로, 애향운동본부가 전북의 새로운 가치창조와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의 틀을 전환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인재육성 사업의 확대와, 출향도민 초청 화합행사 추진, 6월 지방선거 이후의 당선자와 낙선자 화합 교례회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도민 의식전환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애향 장학사업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건강관리 비법이 있으십니까?

▲이율곡의 건강십훈엔 소식다작(小食多嚼)이 나옵니다. 음식을 적게 먹고 많이 씹으라는 말인데, 이를 실천하고 있지요. 주 1회 등산과, 4~5일 정도 매일 1시간 이상 걷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틈나는 대로 사무실이라도 돌지요.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전북엔 아직도 절망보다 희망이 더 많습니다. 그 희망의 싹은, 고향사랑을 자양분 삼아 자라납니다. 고향사랑은 곧 지역발전이고, 지역발전이 곧 미래비전의 출구인 것입니다. 희망은 인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기적과 같은 것이며, 기적은 희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말하지 말고, 우리가 기대하는 ‘봄이 온다’며, 희망을 노래해야 할 것입니다.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앞을 향해 나가길 당부드립니다.

박기홍기자 k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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