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선거 정국이 참고서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으로서는 거대정당인 민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일이라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라지만 지역민의 자존심은 심하게 구겨졌다. ‘녹음 정국’을 이름하는 것이다. 시장 공천을 두고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돈 얘기를 한가운데 ‘녹음 기술자’로 불리는 한 참석자가 육담까지 섞어가며 주고 받은 말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 지난해에는 시의원 천거를 두고 정치인들이 나눈 7천만 원∼8천만 원 얘기가 녹취됐다. 이들 녹취록은 지난달 세상 빛을 보았지만, 시장 유력 후보자를 겨냥한 녹취건이 있다며 기자실을 기웃거리는 모습에 시민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세간에는 “녹음기 장사를 하면 잘 될 것이다”라는 말이 “시중 녹음기가 바닥났다”는 말을 낳았고 “전화기를 들면 일단 녹음 걱정부터 된다”라는 자조까지 탄생시켰다. 이제 ‘돈 공천’으로 불리는 녹취공방은 신문과 전파매체를 통해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 됐다.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어느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중 한 코너인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여성을 향해 울부짖듯 묻는 연기자는 이 코너를 통해 구애중인 ‘약자’ 남성이 ‘강자’인 여성 앞에 얼마나 나약한 모습을,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지 웅변한다. 하지만 공천을 앞두고 돈 얘기가 오가고 시도 때도 없이 녹음기를 틀어 대며 불신사회를 빚은 당사자들은 누구인가. 시민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춰야 할 인사들이다. 살림살이 걱정을 시민을 대신 해야 할 위인들 아닌가.
행복을 짓밟는 자는 행복을 논할 자격이 없다. 시민을 더는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
익산=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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