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농락하는 포플리즘
농촌을 농락하는 포플리즘
  • 이한교
  • 승인 2010.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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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한 농촌 마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타협 없이, 잘못된 투쟁과 모략으로 말미암아 피폐해지고 있다. 자기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노인을 상대로 우격다짐하거나, 젊은이를 앞세워 선동하고 있다. 비뚤어진 오만과 무지가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 잊힌 과거 권력의 끝자락을 잡고, 주민을 혼란 속으로 몰아가면서 마을의 정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립과 갈등을 조속히 봉합해야할 읍사무소마저 뒷짐을 지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지난 12월에 이장선거가 있었다. 한 후보자가 참석자 전원의 지지를 받아 이장에 선출되었지만, 불참한 전 A의원이 전 주민의 과반수 참석미달을 문제 삼았다. 당시 선출 기준은 전 주민의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현재는 참석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바뀜)을 얻어야 했지만, 문제는 30% 이상이 위장전입자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 마을의 원주민은 45%에 불과하고, 25% 정도가 전세입자다. 따라서 마을의 특성상 과반수 참석은 어려운 일이었다.

원주민의 지지를 못 받는 전 A의원 측은 위장전입자의 투표참여를, 원주민의 지지를 받는 측에선 실질적으로 마을에 솥을 걸어 놓고, 적십자회비 등을 낸 주민에게 투표권을 줘야 된다고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대립을 한 지 3개월째다. 어찌 보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타협하고 끝날 일이다. 그러나 전 A의원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반드시 이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장 선출권한을 가진 마을 개발위원장의 권한까지 빼앗아가면서까지 말이다. 확인되지도 않은 발전위원을 만들어 군청에 등록(군청에서조차 확인되지 않는 단체)했다는 명분으로 멋대로 권한을 행사했다. 읍사무소 직원조차 현재 마을의 개발위원장에게 이장 선출권한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였다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전 이장(노인) 집에 수차례 젊은이를 보내 무조건 포기하라 회유하고, 마을 앰프까지 수리한다는 명목으로 철거해 자신 집에 달아놓고, 멋대로 선거일을 정하더니, 이 작은 마을에 몇 개씩 현수막을 내걸고, 골목골목 벽보를 붙이고, 전화하고, 방문하고, 위장전입자를 불러들이고, 죽기 살기로 큰 목소리로 윽박했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겉모습으로 보면 대단한 마을 사랑에 감격할 일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썩은 정치의 형태가 시골 마을까지 파고들었다는 판단이다. 과거에 의원을 지낸 사람이 잘못된 정치판 의식만을 가지고, 주민의 정서를 무시한 선동과 을러대는 것도 모자라, 그럴듯하게 생각을 포장하고, 마치 마을을 위하여 온몸을 던질 것처럼 합리화하고, 초등학생을 모여 놓고 정치를 하듯 휘졌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난다는 것이다. 바른 의식을 가진 젊은이가 드문 농촌은, 마음만 먹으면 멋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 때문에 농촌이 멍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판에서 익숙해진 구시대적 포퓰리즘(Populism)이 고령화된 농촌의 틈을 파고들어 좀먹고 있다. 작은 마을을 정치판으로 보고, 마치 마을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하고, 좋은 언변으로 약장사처럼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감성을 자극하고, 교묘한 형태로 원칙을 무시하고, 큰 목소리로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어른을 존경하고, 농촌의 정서를 이해하고 지키려는 의지보다,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막가파식 떼 법이 마치 정도인 양 행동하는 그들을 보다 못해, 수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행정력에 호소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일은 마을 주민이 알아서 조정할 일이라는 얘기만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하는 무능한 행정당국이 원망스럽다는 얘기다. 아니 얼마든지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눈치를 보고 있는 그들(공무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는 얘기다. 혹 6.2 지방선거를 의식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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