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마실길과 파랑 페인트
변산 마실길과 파랑 페인트
  • 김진
  • 승인 2010.03.24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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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사전에서 트렌드란 단어를 찾으면 <유행>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고, <동향><추세>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한영사전에서 유행을 찾아보면 다른 단어들과 함께 <트렌드>가 나온다. 그럼 유행과 트렌드는 동일한 개념일까? 사전적 의미에 충실해 보면 트렌드는 시장 전체가 방향성을 가지고 변화를 일으키는 추세를 말하는 것이고, 유행은 대중문화나 대중매체 등의 선도에 의해 급격히 나타났다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부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유행인지 트렌드인지는 몰라도 요즘 등산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인 트레킹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트레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전국의 지자체들도 앞 다투어 둘레길과 마실길, 옛길 등의 트레킹코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번져가는 트레킹 열풍

트래킹은 원래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하는 것에서 유래되었지만, 나라마다 뜻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야 고산지대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편안한 도보여행을 뜻 하지만, 높은 산이 많은 네팔에서는 해발 5000m이하의 산야 도보여행을 트레킹이라 하고, 5000m이상의 산행을 등반 이라고 한다. 또 인도나 파키스탄에서는 수도를 목적으로 고행하는 것을 트레킹이라 한다는 것이다. 유래나 뜻은 어떻든 간에 숲이 우거지고 경치가 좋은 산길이나 바닷길, 또는 강변과 계곡을 걸으면서 자연에 동화되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트레킹이 국민여가의 한 축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더 반가운 것은 내륙의 많은 코스들 중에서 <변산 마실길>이 꽤나 유명하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에 개통되었으니, 채 1년도 안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해서 필자도 두 번에 나눠 1.2,3코스 18km를 걸어봤다. 썰물 때를 잘 맞춰 바닷길로 걸었으면 편안한 트레킹이 되었을 텐데, 밀물 때를 만나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야만 했다. 해안도로라곤 하지만 걷다 보면 만나는 변산과 고사포해수욕장, 하섬, 그리고 이름 모를 해변들이 바닷길에서 느낄 수 있는 충분한 만족을 줬다. 물결모양을 그려 놓은 듯한 개펄과 희한한 형태의 퇴적암 등 찻길에서는 볼 수 없던 비경들을 실컷 훔쳐볼 수 있어 행복했지만, 눈에 거슬리는 큰 아쉬움도 있었다.



* 진안군의 데미샘과 마실길

그것은 변산 마실길의 코스를 따라 뿌려져 있는 파란색의 스프레이 때문이었다. 도로변의 아스팔트 바닥에도, 가드레일에도, 전봇대에도, 해수욕장의 가로등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2코스 중에 가장 굵고 예쁜 해송에도 파랑 스프레이는 갈겨져 있었다. <마실길>이라는 세 글자와 가는 방향을 알리는 화살 표시로 온 코스를 도배해 놓은 것이다. 아마 코스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기에 앞서간 여행객들이 그리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 책임은 부안군이 져야 할 것 같다. 우선 산길과 들길을 직접 걸어 봤지만, 안내표식이 절대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이다. 또 그리 아름다운 풍광에 어울리지 않은 파랑 페인트를 부안공무원들도 못 보진 않았을 텐데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에 환경부와 문광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한국형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에 진안군의 ‘데미샘과 진안고원 마실길’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을 중심으로 진안고원의 아름다운 산야와 마을들을 이어주는 16개 구간 216㎞가 새로이 가꿔질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생태계 보전계획과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의 예산을 패키지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도민들로선 크게 반길 일이다. 진안과 변산의 마실길은 지역의 홍보와 경제적 수익을 함께 거둘 수 있는 전북의 소중한 자산이다. 바닷길과 산길 모두 다 오래도록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코스로 가꿔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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