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규 전주MBC 사장
선동규 전주MBC 사장
  • 이지현
  • 승인 2010.03.15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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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과 비비고 뒹굴며 1등 방송 만들래요"
한 우물만 팠다. 오랜 세월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26년 동안 현장의 진실과 사실을 기록했다. 위험한 지경에도 빠져봤고 나름대로 특종도 해봤다. 모기업 직원들의 모스크바 피랍사건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해된 최덕근 영사 살인사건, 2007년 탈레반 샘물교회 피랍사건, 남북정상회담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굵직굵직한 사건 뒤에는 그가 있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밥을 먹지 못해도 잠을 자지 못해도 마냥 행복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그때, 현장에서 발로 뛰던 ‘기자’로서의 삶이었다.

그리고 이제 ‘기자’라는 이름표를 떼고 ‘경영인’이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가 출발점에 섰다. 지난 10일 전주MBC 사장으로 부임한 선동규(53) 신임 사장이 바로 그다.

기자로서가 아니라 경영인으로서 심판대 앞에 선 그를 만나 시청자의 폭을 넓히고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으로 또 한번 비상을 꿈꾸는 야무진 포부를 들어봤다.



▲ 먼저, 예향의 고장 전주MBC 사장으로 부임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전주에 부임하신 소감은.

- 전북은 처음이라 낯설 줄 알았는데 고향과 비슷한 지역적 성향을 가진 것 같아서 무척 편해요. 아담하고 전망 좋은 전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됐어요. 지난 며칠간 따뜻하게 맞아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느라 24시간이 부족하지만 ‘참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영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부담도 있지만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요. 지금은 전북의 정서와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데 우선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학업성취도가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특히 지역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방송광고 시장의 축소로 방송사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이러한 시기에 지역방송의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경영수지개선과 전북도민을 위한 방송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에요.

▲ 전주MBC가 추구하는 최대 역점사업은 무엇인지.

- 방송의 최대 과제는 시청률 재고와 품질 경쟁력 갖추기에요. 방송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방송의 존립근거죠. 권력기관이 아닌 지역민의 풍요로운 삶에 봉사할 때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지역방송을 턱없는 권위의식에 매몰돼 신뢰를 많이 잃었어요. 최대한 지역주민과 비비고 뒹굴 수 있는 지역 최고의 1등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경영수익 증대도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 중 하나에요. 경영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할지 고민이 많지만 언론 본연의 자세를 지키는 한도 내에서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회사 없는 노조 없고 노조 없는 회사 없듯이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심이 통할 수 있도록 대화로서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에요. 전직원이 합심하면 뭘 못하겠어요. 이와 함께 그동안 펼쳐왔던 ‘청춘전북’과 ‘지역신문 구독하기’, ‘지역대학 살리기’, ‘재래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전북 껴안기에 앞장설 거에요.

▲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전주MBC의 보도방향은.

- ‘방송의 공적 책임’은 MBC 존립의 근거에요. 사실보도와 비판, 감시기능 역시 방송보도의 핵이라고 말할 수 있죠. 선거보도도 마찬가지에요. 언론과 기자로서의 본분에 무조건 충실하자고 조직원들을 독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지 정치 홍수 속에 기승을 부리는 경마식 보도가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면서 언론이 중심을 잡지 못할 때가 많아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후보자와 정당의 정책인데 말이죠. 때문에 후보의 정책검증과 참신성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보도 아이템을 개발해 공정하고 성실하게 선거방송을 수행할 생각이에요. 또, 시민단체 및 교수를 중심으로 선거자문단을 구성해 선거보도에 대한 도움말과 지적 등을 수렴·보도할 계획이에요.

▲ 전주MBC는 방송사로서의 기능과 함께 다양한 지역문화 창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 예산문제로 존폐 기로에 놓였던 전주대사습이 올해는 무난히 치러질 것으로 기대돼요. 국악 신인의 등용문이자 우리의 숨결을 잇는 중요한 대회를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전주시와 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 등과 여러 가지 사안을 조율하고 있고 4월께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타날 거에요. 개인적으로 전통예술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전주MBC가 해왔던 전주대사습놀이가 언제까지나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 지역MBC 광역화 추진으로 지방언론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데.

-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주MBC의 필요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지역언론에 대한 역할과 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죠. 당초 계획안은 전남·제주권을 통합한 광역화였지만 제주와 전북에는 각각 1개의 MBC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는 광역화 추진 지역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또다시 재론될 경우를 대비해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은 전주MBC의 정체성과 독자적인 경제 생활권인 전북권역의 방송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에요.

▲ 끝으로 전북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전북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곳이에요. 이를 찾는 것은 도민의 몫이지만 지역방송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지역 최고의 방송사이자 최고의 언론사로서 지난 45년 동안 전북도민과 함께 한 전주MBC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도민에게 외면받는 방송은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방송이 가진 현장성과 연속성, 속보성 등을 활용해 지역이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 배려, 따뜻함의 이변에 감춰진 경제적인 열악함을 함께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북도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최고의 프로그램과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지현기자 jh0920@



<선동규 신임 사장 프로필>

▲ 1957년 전남 광양 출생

▲ 광주고(74), 고려대(79) 노어노문학과 졸업

▲ 1984년 MBC 보도국 입사

▲ 1994∼1998년 모스크바 특파원

▲ 통일외교부장·정치부장·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보도국 선임기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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