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전주덕진경찰서 생활질서계장> 무소유
<최경식 전주덕진경찰서 생활질서계장> 무소유
  • 김은희
  • 승인 2010.03.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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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날씨 덕에 금방이라도 우리 곁에 봄이 찾아올 것만 같았는데 강원 산간지방에는 폭설이 내리고 비바람이 치는 걸 보니 올해는 유난히도 봄 손님이 변덕스러운 것 같다.

며칠 전 무소유의 저자이신 법정스님 입적 소식을 접하며 나옹화상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浮 雲)이라는 선시가 생각난다.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空手來 空手去 是人生)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로 태어남과 죽음을 한조각 뜬구름의 기멸에 비교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남들보다 내가 조금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서로 미워하며, 시기하고, 질투하기까지 소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든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으로 남보다 얼마를 더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가진 자는 더 가지기 위해 싸우고, 없는 자는 먹고 살기위해 싸우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이나 하듯 요즘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단기간에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작년 한해 덕진경찰서에서는 서민들에게 과도한 사행심을 유발하여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하고,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행성 게임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169건 단속을 하여 게임기 1천605대와 현금 1억8천400여만원을 압수하였고, 금년 들어 벌써 29건 단속에 게임기 561대와 현금 1천5백여만원을 압수하였다.

그러나 이들 업주들은 단속에 대비하여 업소 밖에 감시원을 두고 출입구 마다 CCTV를 설치하여 감시하면서 출입문을 시정하여 신분을 확인 후 출입시키는 등 단속에 대비하여 더욱더 강화된 조작기능과 관리기능으로 단속을 교묘히 피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덕진경찰서에서는 2010. 3. 15부터 5월 14까지 2개월간 불법사행성 게임장 특별단속기간으로 설정하여 가용경찰력을 총동원하여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조직폭력배 연계업소, 명의를 변경해가며 계속적으로 영업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수사팀과 협조하여 기획 단속 할 예정이고 철저한 자금추적 수사 등을 통해 불법영업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명령 등을 활용하여 몰수할 예정이다.

또한 게임장 밀집, 용의장소에 대해서는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하여 관할 지구대와 경찰서 · 경찰청 등 3중 관리체제로 매일 3회 이상 점검하고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단속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시민들에게는 불법게임장의 피해를 알리는 한편 신고자에게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의 노력에도 업주나 게임장 이용자들 스스로 자정의 노력없이는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이렇듯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사행성 게임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작은 소유욕에서 비롯된다 할 것이다.

살아 생 전 법정스님은 자그마한 난초 두 분(盆)에도 소유로 인해 나타나는 불안감과 집착을 느껴 그 난초를 친구에게 주고 나서야 비로소 소유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듯 해방감과 홀가분함을 느꼈다고 한다. 결코 물질과 행복지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가난한 절집에 도둑을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화분이 없어져도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우리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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