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 요동
1/f 요동
  • 한성천
  • 승인 2010.03.10 1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에는 푸리에 급수를 설명하면서 1/f 요동이 프랙탈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자기닮음적인 구조는 풍부한 유연성을 지닌다. 급격하게 변하기 쉬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여유, 곧 '요동' 이라는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생물체들은 요동을 활용하여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의 핸들은 반드시 유동각도를 유지하는 여유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유격이 없으면, 핸들 조작은 탄력성을 갖지 못하여 위험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스포츠카처럼 예민한 반응이 요구되는 자동차는 핸들의 반경도 작고, 유격도 작으며, 따라서 그만큼 운전자는 고도의 운전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은 인간의 사회생활과도 관계가 있다. 요즘에 흔히 ‘전문 바보’라는 말을 듣는데, 한 분야에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할 수 없어서 바보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한, 인간의 언어생활에 있어서 보통 사람은 정확히 문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속담에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것은 다소 틀리게 말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 만큼 폭넓게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가 수시로 오간다. 한 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에 관한 일도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는 여유, 곧 다른 분야에 대한 교양을 널리 갖추어 둘 필요가 있다. 그러한 유연성이 없는 사람은 핸들에 유격이 없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처럼 약간의 변화에도 좌충우돌하기 마련이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조차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없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전문가이면서 넓은 교양과 탄력성 있는 감성을 지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소양을 갖춘 사람) 야말로 바람직한 인간형이다. 곧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반드시 모든 분야에 완벽하게 통달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우수한 의사나 학자 중에는 음악이나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많다.

딱딱하고 추상적인 수학만을 연구하다가 커피 타임을 갖는 것은 일종의 1/f 요동을 만드는 것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작용이 있다. 이 정화하는 작용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

기업에도 여유가 없으면 위험하다. 최근 감량 경영으로 놀고 있는 사원을 해고시키지만, 실은 놀고 있는 사원이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 적응하는 유효 인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필요 없다고 당장 해고하는 것은 먼 미래를 생각하면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생명현상에도 여러 가지 1/f 요동이 있다. 생명에 직결되는 심장의 박동도 1/f 요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1/f 요동은 생물계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요동이 생명을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시켜서 생존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갈대, 대나무, 버들가지는 능청거리며 휘어지지만 꺽이지 않는 것도 여유가 있는 조직 탓이다. 산들바람에도 흔들리는 약한 구조를 갖는 것은 한 편으로는 불안정성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대나무나 갈대가 높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시냇물에서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1/f 요동의 여러 양상이 나타난다. 아득한 은하계 멀리에서 날아온 우주선의 흐름에도 1/f 요동이 있다. 아마도 은하계의 자장의 강도가 1/f 요동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은하계의 자장이 1/f 요동을 하고 있는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오늘날의 우주구조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작은 움직임일수록 쉽게 자주 일어나고, 큰 변화일수록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이다. 즉, 1/f 요동은 이런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 주가변동은 그 좋은 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