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 재수정)얽힌 도지사 후보, 설킨 정치적 역학관계
(3면, 재수정)얽힌 도지사 후보, 설킨 정치적 역학관계
  • 박기홍
  • 승인 2010.03.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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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반복하고, 심지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게 정치인가보다. 김완주 지사와 정균환 예비후보, 유종일 예비후보 등 3인의 민주당 도지사 후보 사이에 얽히고 설킨 정치적 역학관계를 보면 그렇다. 이들의 인생역정엔 억 겁의 인연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김 지사와 정 후보는 격동의 80년대 말 고창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정 후보는 88년 제3대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중앙회장을 맡은 뒤 이듬해인 89년 고창·부안에서 국회의원(13대)에 출마, 금배지를 달게 된다. 때마침 내무부에서 도청으로 내려왔던 김 지사는 89년 관선 고창군수로 발령이 났다. 두 사람은 당시 사이가 아주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정치인과 행정관료로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한다.

김 지사는 관료로서 승승장구한다. 대통령 비서실(91년)과 남원시장(94년)을 거쳐 민선 전주시장에 당선(98년)돼 재선에 성공(2002년)한다. 정 후보 역시 16대까지 내리 4선의 국회의원에 당선, 정치 거물로 커갔다. DJ를 모시며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98년)과 민주당 최고위원·원내대표(2002년)를 맡게 된다.

두 사람의 운명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 만남을 주선한다. 김 지사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정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도지사 자리를 놓고 대결했고, 김 지사의 손이 올라갔다. 초반 20%포인트 이상 차이났던 두 사람의 전쟁은 48.08%(김)대 36.53%(정)로 압축되면 서 끝났다. 그리고 4년 후.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3번째의 정치적 조우가 이뤄진다. 20년 전의 군수는 재선을 꿈꾸는 도지사로, 국회의원은 도전자로 입장이 바뀌었으니 얄궂은 운명이다.

이들 두 사람과, 유종일 후보 간 인연은 특별하지 않다. 다만 유 후보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점에서 김 지사와 공집합을 형성하고, DJ를 모신 민주화운동 이력 측면에선 정균환 후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방계(傍系)의 연이 스쳐간다. 유 후보의 큰형님이 유종근 전 지사인데, 김 지사가 유 전 지사 시절에 고위직으로 일을 했다. 형님 뒤를 이어 15년만에 동생이 도백에 도전, ‘가문의 영광’을 재현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유 후보와 김 지사는 간접적 인연의 고리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정 후보에 대해선 유 후보가 DJ정부 시절에 만나 “선배님!”하며 알고 지냈다고 술회한다.

얽힌 세 사람은 행정(김완주)과 정치(정균환), 경제(유종일)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우뚝 섰고, 이번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할 처지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계와의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정균환 후보의 출판 기념회에는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과 한광옥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좌장격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정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DJ를 모셨던 유종일 후보도 지난 3일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고 도백 출마의 뜻을 피력하는 등 동교동계에 접근했다. 유 후보는 “이 여사님께서 ‘뜻을 세웠으니 꼭 이뤄야 합니다’고 두 차례나 격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지역 정가에선 민주당 내 두 축을 형성하는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간 ‘정(丁)-정(鄭) 구도’로 넓혀보기도 한다. 두 사람 중간에 동교동계의 정균환이 있다는 점에서, ‘쓰리(three) 정’이라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향후 도지사 경선의 판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바닥변수로 꼽히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축인 동교동계의 지원을 끌어내 각자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 볼만하다는 말이다. 실타래처럼 복잡한 인연과 구도로 얽힌 세 사람의 도지사 후보, 과연 이들의 대결은 어떤 결론을 낼 것인가.

박기홍기자 k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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