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식 전북대 명예교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전통시장 풍경
<홍재식 전북대 명예교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전통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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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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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정년하여 아내와 같이 고독한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지난날 모래내시장에서 살 때, 오후만 되면 상인들과 주부들이 북적대던 모래내시장 풍경들이 어렴풋이 떠올라 한번 회상을 해보려고 한다.

우리 2층집 골목입구에 몇 명의 농촌에서 나오는 할머니들이 일 년 내내 다정히 앉아 재배한 농산물, 산에서 나는 산나물과 버섯등을 책보에 싸가지고 와서 팔아서 생계에 보탠다고 한다. 나는 퇴근길에 언제나 그 할머니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 할머니들이 몇 가지 농산물을 골목에 펴놓으면 나는 퇴근길에 치우라고 하지 못하고,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럽게 농산물이 없는 곳에 발을 딛고 지나다녔다. 아내는 언제나 우리골목 할머니들로부터 농산물을 사주곤 한다. 봄에 산에서 딴 두릅, 고사리. 취나물, 쑥, 가죽나무순, 돛나물, 냉이, 달래뿐만 아니라 앵두, 살구, 오디, 어음, 오미자등도 가져온다.

우리가족 한두 끼니 먹을 나물을 사보아야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언제나 그 할머니들것을 사준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져온 농산물을 모두 팔아보아야 만 오천 원을 넘을 때가 없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아내는 할머니들로부터 농산물을 살 때는 그 값을 깎지 않고 산다고 한다. 같은 농산물을 파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그 할머니들을 보면 옛 고향 이웃 할머니 보는 것 같아 가엾고 동정심이 가서 산다고 한다.

전통시장에서는 농촌 아주머니들이 자기 나름대로 그릇에 담아 거기에 맞는 가격을 받고 팔고 있다. 물건이 잘 정돈되지 않고, 규격화된 것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는 모양새는 보잘것없지만 농촌 아주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것을 조금씩 뽑아가지고 온 것이기 때문에 아주머니들의 순박한 마음씨를 믿고 사는 것이다.

자기 식구들이 먹기 위해 농약도 적게 주어 배추, 무잎이 벌레가 먹어 구멍이 나있고, 파, 마늘, 열무등도 흙이 묻은 그대로 가져온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전통시장에 오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편해서 좋다. 농산물 냄새, 생선냄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떡, 만두, 순대, 팥죽 냄새가 나고, 시장 내에서는 옷장수, 생선장수등이 싸게 판다며 빨리 오라고 외쳐댄다. 그래서 나는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모래내시장 풍경을 좋아하고 옛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지금도 우리 내외는 모래내시장 근처 교회를 나가고 있기 때문에 승용차를 타고 시장을 지날 기회가 있으면 아내는 잠깐 들러 옛 단골 아주머니의 농수산물을 사가지고 오곤 한다.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돈은 돌고 돌아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지만,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돈은 서민의 돈이 서울재벌의 돈으로 모두 흡수되어 지방서민들은 더 못살게 된다. 그러므로 지방민들은 다같이 지방의 돈이 서울로 빠져나가 지방경제가 피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서울 재벌들이 더 부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통시장을 더 많이 애용해야한다. 요즘은 대형마트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옛날같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래내시장의 풍경을 볼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아내는 지금도 지난 시절 모래내시장의 옛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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