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전북경찰청 허리케인 야구단
46. 전북경찰청 허리케인 야구단
  • 김장천
  • 승인 2010.03.0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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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치고 도루하고 짜릿
"내가 친 공이 ‘딱’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모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죠. 나이도 다양하고 계급도 틀리지만 경기장에서 함께 땀을 흘린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경기에 몰두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며 치안과 안전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하던 경찰 공무원들이 매주 토요일이면 산뜻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야구장으로 모인다.

따∼악’, ‘따∼악’, ‘퍼엉 펑’.

“자! 어깨에 힘 풀고, 1루로 송구할 때는 오른발이 앞선 상태에서 볼을 잡고 던져야 몸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땅볼이 오면 자세를 낮추고 양발을 모아야지. 외야 수비수들은 뒤로 물러섰다가 앞으로 나오면서 공을 잡고, 시선은 공의 괘적을 쫓아가야지. 그래 그래 좋아”.

눌러쓴 모자에서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 내리고, 유니폼은 어는 덧 흙범벅으로 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야구공에 대한 열정만 남는다.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야구 동호회 ‘허리케인(단장 박정환 경정)’ 멤버들의 모습이다.

자그만한 하얀 공이 빚어내는 승리보다 같이 호흡하고 땀을 흘리는 게 좋아 모여든 이들이다.

‘허리케인’이라는 팀 명칭에서 알수 있 듯이 야구를 향한 이들은 열정은 대단하다. ‘싹쓸바람’이라고도 하는 허리케인은 ‘폭풍의 신’, ‘강대한 바람’을 뜻하는 에스파냐어의 우라칸(huracan)에서 유래된 말.

팀이 결정된 건 지난 2008년 11월. 전북경찰청 직원 및 인근 경찰서 직원으로써 야구를 좋아하고 동료간 진한 우애와 친근한 경찰상을 심어주기 위해 창단됐다.

창단 초기 25명으로 첫 발을 내딘 야구 동호회는 직원들의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38명의 정예들로 구성돼 있다.

오로지 야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첫발을 내딘 허리케인이 창단 1년 만에 큰 일을 냈다.

지난해 6개 팀이 참가한 ‘즐거운 토요일 리그’에서 당당히 출전해 우승컵을 거머쥔 것.

리그 막바지 각 팀별로 1게임씩 총 5게임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적어도 4승 1패를 거둬야만 하는 위기 속에서 4승 1무을 거둬 간신히 4위로 턱걸이 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초 전주고 투수 출신의 정호성·노현영씨를 코치로 영입한 뒤 야구팀다운 면모를 갖춰갔고, 회원들 스스로도 모든 열정을 그라운드에 쏟은 결과물을 얻은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허리케인 회원들은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이겨도 즐겁고 져도 즐겁다. 땀을 흘려서 좋고, 숨이 목까지 차도록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도 좋다.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동료의 진루를 위해 희생하는 내가 자랑스럽고,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동료들이 좋다.

이같은 마음으로 야구를 즐기는 이들은 이영도(경감)·함연봉(경위)·장창호·이진원·정택술·구경서(이하 경사)·김병진·송호택(이하 경장)·정기화(교육생) 등 계급도 다양하고 나이도 20대∼40대까지 골고루다.

볼은 느리지만 이상하게 방어율이 좋은 무주서 박찬익 경장의 닉네임은 ‘내일은 야구왕’이다. 현재 실력은 뒤지지만 앞으로는 최고가 되는 모습을 항상 그리고 있는 이유다.

창단멤버이면서 야구단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는 임실서 안영진 경사는 ‘부상병동’, ‘주전자’이다. 부상이 너무 잦아 주전자들 들고 선수들을 챙기는 횟수가 많아서다.

전북청 황병하 경사는 ‘삼진 4번 타자’이다. 담장을 넘기지 않으면 삼진 아웃이 많는 게 이유다.

창단 때부터 단장 직을 맡고 있는 전북청 박정환 경정은 ‘100% 안타’다. 단장이라는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수비는 않지만 현재까지 모두 5번 타석에 들어서 전부 안타를 만들어 낸 것.

경찰공무원 특성상 자칫 야구 현장에서 권위적인 행태를 보일 수도 있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허리케인 팀은 경기 후 운동장 정리는 물론 주변 청소에 솔선수범하는 등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요즘 허리케인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올해는 토요 리그에 신규 8개 팀이 참가 신청을 해 총 14개 팀과 자웅을 겨뤄야 하기 때문이다.

박정환 단장은 “창단 2년째이지만 땀과 눈물 그리고 웃음을 같이 나눌 수 있는 허리케인 야구단의 모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문이 활짝 열려있는 만큼 많은 직원들의 격려와 동참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환 허리케인 야구단장

“허리케인 팀은 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우의를 다지고 즐겁게 야구를 하는 스포츠 모임입니다.”

허리케인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정환(45·전북청 수사1계장) 단장.

박 단장은 “허리케인 전사들과 함께 땀과 눈물 그리고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단장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함께 운동하며 흘린 땀을 국민에 대한 치안 서비스에 한발 더 나아가는 영양분으로 삼자는 게 회원들의 평소 마음가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비록 허리케인 야구단의 역사는 짧지만 여느 팀과 비교해도 열정만은 최고로 자부하고 싶다”며 “앞으로 사회인 야구팀 중에 명문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리케인 야구단 운영 방침에 대해 그는 “그동안 팀의 밑바침이 되어준 여러 선·후배들의 뜻에 맞게 좋은 분위기의 팀, 배려할 줄 아는 팀, 사랑받는 팀을 만드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며 “비록 실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야구단으로 꾸려 나가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천기자 k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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